국세청이 소득·법인세에 이어 부가가치세 '택스갭(Tax Gap, 마땅히 부담해야 할 세금과 실제로 납부한 세금의 차이)' 관련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탈루세원 취약 분야에 대한 징세행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지하경제 규모를 파악하는데 있어 택스갭 측정 결과가 활용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향후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추진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부가가치세 택스갭 추정 모델 고도화'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택스갭 규모를 추정해서 탈루세원 취약분야에 대한 정책수립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택스갭 추정 모델을 새로 고치려는데는 모형자체에 변수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실제 1년에 2번(1월, 7월)신고를 하기에 매번 택스갭이 발생하는 부가가치세에 비해, 취약분야 파악에 용이한 소득세의 택스갭 추정도 호황·불황업종의 신고 여부(패턴)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어려웠다는 게 국세청 내부 목소리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지난해 말엔 소득·법인세 택스갭 추정 모델 개발(조세재정연구원 연구용역)을 완료한 바 있다. 소득세의 경우엔 '거시경제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면서, 산업연관표를 활용한 택스갭 추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져 있다. 캐나다도 같은 분석법으로 세금탈루 규모를 파악한다. 법인세는 개인업체별 외형·업종, 추징세액, 신고내역 등을 다양한 형태로 그룹화해서 택스갭 규모를 산출했다고 한다.

부가가치세 택스갭 추정 모델은 어디에 중점을 둘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추정 모델을 고도화시키기 위한 자료들을 제공할 예정인데, 무엇으로 추정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겠냐는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부가세 택스갭은 크게 매출세액 축소, 매입세액 과다 신고로 구분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조세재정연구원이 공개한 한국의 택스갭 규모는 27조원(2011년 과세연도 기준)에 달한다. 이는 당시 기준 정상적으로 기한 내 납입해야 할 세액의 15.1%를 차지한 규모다. 조세탈루가 가장 큰 세목은 부가가치세로, 세액은 약 11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어 소득세(8조원), 법인세(5조9000억원), 상속·증여세(9000억원), 개별소비세(3000억원) 등 순이었다.

최근 소득·법인세 택스갭은 각각 2011~2016년, 2006~2015년 기간 내 추정이 이루어졌는데 외부엔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되고 않고 있다. 그간 취약분야에 대한 세원확대가 이루어지면서 2011년 때보단 그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사실 택스갭은 기한 내 정상적으로 신고하지 않았거나 정상신고 후 납부하지 않은 모든 세액을 합쳤기에 모두 탈루된 세금으로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택스갭 추정은 '납세성실도' 재검증이란 인식이 짙다.

하지만 음지로 빼돌린 세금의 실체가 밟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택스캡 측정은 큰 의미를 갖는다. 2016년 조세재정연구원이 작성한 '택스갭 측정과 지하경제 규모의 추정'이란 연구보고서는 GDP 관련 지하경제 규모 추정에 부가가치세 택스갭 추정결과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포괄적인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125조원(124조7000억원, 2015년 기준)에 육박한다.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 이용된다고 판단하긴 이르지만, 탈세위험이 큰 분야에 대해 살펴보는 만큼 택스갭 추정 결과가 지하경제 양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yubyoup@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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