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무조건 유전유죄?…돌연 검찰 편드는 여권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내린 가운데,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던 여권 일부에서 이번에는 검찰을 두둔하고 나서 삼성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검찰과 검찰이 만든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흔드는 다양한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보자.

○ 이재용은 유전유죄?…무조건 기소하는 여권

검찰 수사심의워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내리자 즉각 여권은 `반드시 기소하라`며 검찰 압박을 시작했다. 사회적 강자인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인데, 제도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애초 수사심의위는 돈 없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검찰은 명예를 걸고 이 부회장을 기소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돈 있으면 재판도 수사도 없다는 선례를 남긴 지극히 불공정한 결정"이라며 "수사심의위의 첫번째 수혜자가 삼성 이 부회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수사심의워윈회라는 제도 자체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로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2018년 도입한 제도다. 도입의 핵심은 수사 과정에서 우려되는 수사팀의 `확증 편향` 가능성이다. 유죄라고 믿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또 기소나 영장 청구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있는 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오히려 `돈과 권력이 많은` 이재용 부회장이 받을 수 있는 상대적인 `역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제도는 사회적 지위나 재산의 유뮤가 아니라 검찰 수사 과정이 문제가 없었는 지 객관적인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재벌 회장이라고 벌을 더 주는 걸 막는 것도 이 제도가 도입된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미 무조건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들의 기대와 결과가 나오자 분풀이하는 식을 곤란하다"며 "이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 `룰이 잘못됐으니 결과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억지와 같다"고 말했다.
이재용은 무조건 유전유죄?…돌연 검찰 편드는 여권
○ 전문성 없다?…`검찰은 8번 모두 신뢰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심의원회을 구성한 위원들의 전문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년7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를 9시간 만에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이 위촉한 계 전문가 최대 250명 가운데, 개별 사안을 논의하는 현안위원 15명을 추첨해 구성한다. 이번에 양창수 전 대법관이 위원장직을 회피할 정도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도 마련돼 있다.

검찰총장이 직접 위촉하는 수사심의위원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라고 규정돼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을 심사한 수사심의위원회에는 변호사 4명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계 전문가, 언론인, 종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망과 식견을 갖춘 인사들이 포함됐다. 전문성에 이견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단 한번도 거스른 적이 없다는 사실이 검찰 역시 이 제도를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원들은 대부분 법을 잘 이해하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들만 추려서 선발한다고 보면 된다"며 "그동안 검찰 스스로 위원들이 낸 8차례의 결과를 모두 그대로 수용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은 무조건 유전유죄?…돌연 검찰 편드는 여권
○ 스스로 무력화하라?…외풍에 흔들리는 검찰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수사심의위 결정까지 불리하게 나오면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대로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을 경우, 1년7개월 동안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반대로 사건을 기소할 경우,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 가운데 여권 일부와 시민단체들은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스스로 객관적인 외부의 판단을 받기 위해 만든 수사심의위원회가 내놓은 결과를 뒤집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결론을 무시하고 기소에 나선다면, 다시 한번 외풍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개혁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스스로 만든 검찰 개혁 방안 중 하나를 무력화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개혁의 동력을 외부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제도를 이용한다는 비판만큼은 피해야할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상징성이 큰 만큼 큰 빌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장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사심의 결정이 나면 1주일 안에 사건을 모두 처리했지만 이번엔 그보다 시간이 더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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