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일가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PB 사건의 재판부가 김씨의 증거은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정 교수의 '교사범' 여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일가의 자산관리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함에 따라 증거은닉 교사 혐의를 받는 정 교수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26일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된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기소 중에서는 법원의 첫 판단이다.

김씨는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정 교수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와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 1대를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가 은닉한 컴퓨터 본체 및 하드디스크에서 정 교수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주요 증거들이 발견된 점을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김씨는 정 교수에 대한 압수수색이 개시될 사정을 알자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본체를 은닉하는 대담한 범행을 저질러 국가 형벌권을 방해했다"면서 "증거 은닉 당시 수동적인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일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가 '수동적인 역할'을 한 부분은 참작 사유라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김씨는 2014년부터 정 교수의 자산 관리를 전담해 왔기 때문에 정 교수의 요청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지위에 있었다"며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의 은닉 여부 및 범위에 대해 주도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하기 위해 김씨에게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본체를 은닉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는 이상 김씨가 적극적인 은닉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씨의 범행은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형사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정 교수가 김씨에게 동양대 연구실의 컴퓨터 본체를 가져오라고 지시하고, 하드디스크 교체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증거은닉 교사' 혐의를 공소사실에 적시한 바 있다.

만약 정 교수가 김씨에게 컴퓨터를 은닉하도록 지시했다면 '교사범'으로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김씨와 정 교수가 공동으로 증거를 없애거나 숨겼다면 정 교수는 '공동정범'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없다. 형법상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한 때만 처벌할 수 있는데 정 교수가 직접 증거를 은닉했다면 방어권 행사를 위해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없앤 것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 사건의 재판부는 정 교수의 '부탁'을 언급하면서도 김씨와 정 교수의 '공범' 여부는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교수가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는 정 교수 사건의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 측은 "김씨의 행동은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를 보관한 것이 전부이며, 정 교수가 동양대에 직접 가서 보관을 맡긴 것 등을 보면 공동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정 교수의 재판부 또한 정 교수의 증거위조 교사 혐의에 관한 공소사실이 불분명하다며 검찰에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한 바 있다. 정 교수 재판부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증거위조 교사에 대한 공동정범일 경우 처벌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정 교수의 '증거위조 교사' 혐의는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코링크 PE의 관계자들에게 해명자료를 만들도록 지시하고, 관련 자료를 폐기할 것을 종용했다는 내용이다. 김씨의 컴퓨터 은닉 범행과는 사실관계가 다소 다르지만 정 교수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정 교수의 교사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일보 / 홍준표 기자 honglerance@joseilbo.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