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EV 전환이 생존 가능성 높여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려는 각 나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산업군으로 꼽히는 모빌리티의 주력 에너지를 바꾸려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어차피 바퀴를 움직이는 최종 동력이 전기로 간다면 차라리 속도를 높이는 게 오히려 미래를 선점하는 방법이 될 수 있어서다.

그 중에서도 속도를 내는 곳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전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124만기다. 중국 정부는 이를 올해 말까지 500만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충전 인프라가 확대될수록 전기차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다.
[하이빔]포스트 코로나, EV 전성시대 오나

그런가 하면 독일도 EV 충전소 확충에 올해 5억 유로(한화 약 6,805억원)의 예산 배정을 검토 중이다. 250억 유로의 경기 부양 금액 가운데 5억 유로를 충전 인프라에 투입, EV 중심의 산업 전환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다. 2030년까지 현재 2만7,730기의 충전 인프라를 100만기까지 확장해 0.6%에 불과한 독일 내 전기차 비중을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이다.

동시에 독일은 배출가스가 많은 차에 일종의 '배출세' 부과도 고려 중이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유럽연합 배출가스 기준인 ㎞당 95g 이하를 충족하면 기본 세금만 부과하지만 EV 구매자는 아예 면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외 영국 또한 독일과 유사하게 배출세 도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한쪽에선 배출권 강화에 나서는 동시에 EV에 대해선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재빨리 산업 전환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유럽연합 또한 공공 EV 충전 인프라 100만기 구축을 지원키로 했다. 2030년까지 유럽 내 280만기를 세워 국가 간 이동의 제약을 없애는 게 목표다.

EV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는 독일과 중국의 협업도 활발하다. BMW는 최근 중국 국가전력망공사와 EV 충전 인프라 협력을 약속했다. BMW와 중국 국가전력망공사 자회사인 '스테이트그리드 EV서비스'가 중국 전역에 걸쳐 EV 충전 인프라 구축에 협력한다는 약속이다. 덕분에 중국 내 BMW EV 소유자는 고속도로에 설치된 충전시설에 접근할 수 있으며 동시에 2023년까지 25종의 EV 및 PHEV 제품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충전 인프라 확대는 실제 EV 구매로 직결된다는 결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EV 충전기가 지난해 전년 대비 60% 증가해 오히려 EV 판매를 뛰어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고속 충전소가 전체의 31% 를 차지해 EV 대량 보급 시대가 열릴 것임을 예고했다. 촘촘한 충전 인프라가 주행 중 배터리 소진의 위험성을 줄일수록 EV에 대한 구매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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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도 내연기관의 전동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선보였던 컨셉트카 '45' 기반의 전기차 NE(코드명) SUV 양산을 확정하고, 울산 1공장 2라인을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으로 바꾸는 중이다. 기아차 또한 2021년 기아차의 전기차 플랫폼이 적용된 전용 CUV 전기차를 준비 중이다. 1회 충전 시 최장 500㎞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20분 이내에 초고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는 다르다. 충전기 보급물량은 지난해 2만2,000기에서 올해는 8,000기로 축소됐다. 이외 자치단체가 직접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보급은 오히려 늦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EV 보급의 핵심은 여전히 보조금이다. 구매하거나 충전기를 설치할 때 세금이 투입되고,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할 때도 표현은 '할인'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한전에 보조해주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발생한 재정 부담은 오히려 전기차 보급 속도를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포스트 코로나 전기차 시대를 대비할 것인지, 아니면 속도를 늦출지 판단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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