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부방

김정호 박사의 시사 경제 돋보기
홍콩사태와 글로벌 정치경제 지각변동 (2)
미국 편에 설 것인가…중국 편에 설 것인가…홍콩사태로 국제사회 '편 가르기' 본격화할까

중국이 홍콩보안법으로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데 대해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또 다른 조치는 금융거래에 대한 제한입니다.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과 함께 미국이 할 수 있는 제재입니다. 중국 금융거래의 상당 부분이 달러 거래인데 그것은 미국의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라는 시스템을 거치게 됩니다. 외국에 송금할 때 은행식별코드 SWIFT 코드를 입력하라고 하는데요. 미국은 그 스위프트에 압력을 가해 중국과 홍콩의 자금거래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이미 이런 제재를 가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보다 더 세게 한다면 홍콩달러의 미국달러에 대한 교환을 중단해 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홍콩의 페그제(미국달러에 환율을 고정시키는 제도로 미화 1달러는 7.75~7.85홍콩달러)는 붕괴되고 자본이 홍콩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금융 제재는 미국에도 손해

하지만 이런 조치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도 엄청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달러 거래에 대한 제재는 달러 거래량을 줄이기 때문에 기축통화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립니다. 그건 미국에 손해입니다.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는 경제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제재하더라도 달러 거래 총량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죠. 세계 최대 수출국 아닙니까. 중국이 달러 거래를 못하거나 안 하면 달러 거래량도 현격히 줄어들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파워도 줄어들죠. 물론 제재 대상인 중국은 치명적 타격을 입겠지만 미국 역시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겁니다. 따라서 그런 제재까지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아무튼 미국은 여러 가지 제재 수단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어떤 제재가 나올지 두고 봐야 하지요. 아마도 홍콩 국가안전법의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는 속도에 맞춰 제재도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국제사회의 반(反)중국 분위기 고조

홍콩의 시장 반응은 어떨까요? 눈에 띄는 반응은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즉 인재 유출 조짐입니다. 블룸버그는 6월 2일자 기사에서 유명 투자자 데이비드 웹을 인용해 홍콩의 인재 유출이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과 대만이 홍콩인의 이민을 받아주겠다고 한 선언이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금융시장도 영향이 있습니다. 주가 하락, 환율 소폭 상승, 선물은 약간 상승, 이렇게 요약할 수 있으나 금융시장은 당장의 큰 동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홍콩의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는 국가안전법으로 시위가 잦아들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상당히 형성돼 가는 듯합니다.

그러나 홍콩 국가안전법에 대한 가장 큰 반응은 국제사회의 반(反)중국 분위기가 고조돼 간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반중국 전선이 형성돼 왔습니다. 2019년과는 상당히 분위기가 달라진 거죠. 원래 디커플링(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끊음) 정책은 미국만 목청을 높이고 영국이나 독일 등 다른 나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상황을 바꿔 놓았습니다.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도 중국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는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서방의 반중국 연합전선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은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했고 영국은 홍콩인 300만 명에게 영국시민권을 부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EU도 심각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했습니다.

서구 경제연합체의 중국 포위 가능성

이런 연합전선은 단순히 말만으로 끝나지 않고 경제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은 이미 말씀드렸고요. 그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항해서 미국 중심의 대안적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제안하고 서방 국가와 한국 호주 인도 베트남에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9월로 예정된 주요 7개국(G7) 회의에 한국 호주 인도 등을 초대했습니다. 여기서 중국과 홍콩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중국에 우호적이던 영국도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공급망을 대체하기 위해 ‘D10’ 연합체, 즉 중국을 제외한 자유민주주의 10개국 연합체를 제안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거대한 포위망이 형성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중국은 이제 해외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잃을 겁니다. 자본과 기술의 통로도 상당 부분 막히게 되겠죠. 이런 지각변동은 서방 경제에도 큰 타격이지만 중국에는 사활이 걸린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은 진퇴양난에 처해 있습니다. 홍콩 시위를 방치하면 공산당 권력과 통일 중국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진압하면 국제사회 압력 때문에 자본과 시장을 잃게 되죠. 그것 역시 공산당의 권력을 위태롭게 합니다. 홍콩 국가안전법은 일종의 타협책인 것으로 보입니다. 톈안먼 사태처럼 무자비한 진압을 할 수 없으니 격렬한 주동자만 잡아들이자는 거겠죠. 하지만 그것조차도 이미 국제사회의 엄청난 반격에 맞닥뜨렸습니다.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멈출 것 같지도 않고 말입니다. 글로벌 정치경제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됐습니다. 서강대 겸임교수

NIE 포인트

① 중국이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 혹은 부품 조달처가 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이유는 왜일까.
②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과 소련을 주축으로 한 공산진영이 대립했던 냉전시대(1945~1991년)처럼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두 진영 간 대립이 홍콩사태를 계기로 경제교류 중단 등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을까.
③ 외교안보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수출국인 중국, 이 두 국가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설지 강요받는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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