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노믹스 (9) 극한직업 (上)

'이것은 치킨집 판타지'인가
완전경쟁 시장서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 통닭'…미투 브랜드가 없다니…

매일 밤낮 구르고 뛰지만 언제나 허탕만 치는 마약수사반.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던 순간, 팀의 리더 고반장(류성룡 분)은 거대 범죄조직의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게 된다. 마약수사반은 조직의 아지트 앞에 치킨집을 차리고 잠복수사를 시작한다. 치킨을 팔면서 정체를 들키지 않고 범인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영업 첫날 곧바로 위기에 맞닥뜨린다. 첫 손님의 주문 음식이 다름 아닌 양념치킨이었던 것. 주방을 맡은 마형사(진선규 분)는 프라이드치킨밖에 튀길 줄 몰랐다. 하는 수 없이 마형사는 부모님 식당(수원왕갈비)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왕갈비 양념을 급하게 만들어 치킨을 내기로 한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치킨, 그리고 그 위에 끼얹어지는 달짝지근한 왕갈비 양념. 마형사 표 왕갈비통닭이 손님 앞에 놓였다. 모든 직원들, 아니 형사들은 침묵한 채 마수걸이를 지켜본다. 손님이 치킨을 베어 물었다. ‘바삭’ 소리가 난다. 나지막이 손님이 읊조렸다. “오, 대박인데?”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

정말 대박이 났다. 왕갈비통닭이 입소문을 타자 손님이 물밀 듯 밀려왔다. 마약반 형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주문받고 튀기고 서빙해야 했다. 손님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하나였다. 세상 어디에도 없던 치킨을 맛보기 위해서다.

왕갈비통닭의 대박은 독점적 경쟁시장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다. 경제학에선 다수의 경쟁자가 참여하는 시장을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으로 구분한다. 경쟁자가 없거나 소수인 독과점을 제외하고선 세상엔 이 두 가지 유형의 시장만 있을 뿐이다. 완전경쟁시장은 1)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참여하고, 2)기업이 자유롭게 진입·퇴출한다. 그리고 이 모든 기업은 3)동질한 상품을 공급하며 경쟁한다. 흔히 쌀집, 우유가게가 여기에 속한다.

독점적 경쟁시장도 1)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참여하고, 2)기업의 자유로운 진입·퇴출이 가능하다. 여기까진 완전경쟁시장과 같다. 하지만 3)공급자마다 각자 차별화된 상품을 갖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차별화된 상품을 파는 영화시장, 미용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는 경제학에서의 구분일 뿐 현실에서는 칼로 베듯 나뉘지 않는다. 고시히카리 쌀, 무항생제 우유같이 어느 상품이든 차별화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만드는 상품의 차별화 정도에 따라 기업은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 그 어느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 만약 고반장네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프라이드와 양념치킨만을 팔았다면 이들은 완전경쟁시장 가까운 곳에 속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유명한 왕갈비통닭집의 캐치프레이즈를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차별화 상품을 선보였다. 독점적 경쟁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독점적 경쟁시장의 가격 결정권

완전경쟁 시장서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 통닭'…미투 브랜드가 없다니…

독점적 경쟁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 가격결정권이 생겼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는 기업이 맞닥뜨리는 수요곡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완전경쟁시장의 기업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완전 탄력적’인 수요그래프가 주어진다. 완전 탄력적 수요란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수요량이 전부 달아난다는 개념이다. 그래프의 A점에서 생산하던 기업이 가격을 P1로 올려버리면 이 그래프에선 수요가 0(B점)이 된다. 완전경쟁시장에선 대체재가 사방에 널려있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다른 가게로 떠나기 때문에 수요가 완전탄력적이다. 따라서 완전경쟁시장에 놓인 기업엔 주어진 가격(P) 외에 선택지는 없다. 가격결정권이 없다는 얘기다.

완전경쟁 시장서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 통닭'…미투 브랜드가 없다니…

반면 독점적 경쟁시장의 기업은 ‘비탄력적’인 수요그래프를 갖게 된다. 그래프의 C점에서 생산하던 기업이 가격을 P2로 올리면 생산지점이 D로 이동한다. 수요량은 조금 줄어들 뿐이다. 상품의 대체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별화 수준이 높을수록 수요는 더 비탄력적으로 바뀐다. 그래프는 더 가팔라진다.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많이 줄지 않으니 가격결정권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수입은 ‘가격×수량’이다. C와 D의 수입을 따진다면 단연 D의 수입이 높다.

영화에서 왕갈비통닭집도 독점적 경쟁시장 전형을 보여준다. 장사가 너무 잘돼 본업인 잠복수사를 못하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된 고반장네는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을 3만6000원으로 올려버린다. 가격을 올려 손님을 내쫓으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손님은 줄지 않는다. ‘황제치킨’ ‘허세치킨’으로 별명이 붙으며 계속해서 잘 팔린다. 왕갈비통닭에 대한 수요 그래프는 매우 비탄력적이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가격을 올리면서 고반장네는 더 큰 수입을 벌어들이게 된다.

구민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kook@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제품 가격이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다르게 형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② 차별화를 통해 성장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 독점을 이유로 분할하라는 세계 각국의 규제는 바람직할까.
③ 세계 시장에서는 하나의 경쟁자에 불과한 국내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독점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는게 타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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