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사무실에서 민원인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외면받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국내 한 대기업 자동차회사 생산 라인에 근무하고 있는 A씨.

지난 2016년 입사한 이후 직장 상사 B씨로부터 크고 작은 괴롭힘을 받아오다 급기야 지난해 7월에는 폭행까지 당했다.

결국 지난 4월 가해자인 B씨에겐 폭행죄가 적용돼 벌금형이 내려졌고, 직장 내 괴롭힘도 인정돼 같은 달 고용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른 개선지도`도 내려졌다.

벌금형에 개선조치까지 내려진지 두 달이 됐지만 어찌된 일인지 피해자 A씨는 가해자 B씨와 여전히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하며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는 가해자 B씨에게 10일간의 출근정지 조치를 내렸을 뿐 부서이동 등의 추가 조치는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76조의3 3항에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다.

관련 법에 대해 임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정곡)는 "회사측은 피해 근로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근무장소의 변경이나 배치전환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후에는 일정기간 모니터링을 통해서 가해자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인 A씨도 가해자 B씨와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기 원하고 있는데, 회사측이 이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괴롭힘 피해자에 `괘씸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은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회사측의 미온적인 조치뿐만이 아니다.

회사는 5월 피해자 A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징계위원회 심의 사유는 `회사재산의 무단반출`.지난해 10월, A씨가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작업용 목장갑을 회사 밖으로 반출했다는 것이다.

회사의 단협과 취업규칙에는 고의로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쳤거나 회사의 금품을 사취 또는 유통 했을 경우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A씨의 목장갑 반출이 바로 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당 150원 안팎인 목장갑을 반출한 것이 과연 재산상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있을지, 회사의 금품을 사취 또는 유용한 행위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취재결과 해당 자동차 회사의 생산라인 직원들은 목장갑과 속옷, 양말, 작업복 등을 일정 기간마다 개인별로 지급 받아왔고, 사용 후 남는 물품은 각자 알아서 가져가고 있었다.

심지어 개인 지급된 물품이 남으면 다른 생활용품과 교환해 가져가기도 했다.

회사의 적절한 회수 조치 없이 일정기간이 지나면 개인 소모품이 지급돼 왔고, 남는 물품도 회사내에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 지급이 됐던 것이다.

그런데 유독 A씨에 대해서 그것도 7개월 전(`19년 10월)에 있었던 사안에 대해서 이제 서야 징계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전문
<소극적인 법규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지체 없이 조사를 하고,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나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징계 등 후속 절차를 사용자 측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근로자끼리의 괴롭힘이 아닌 사측 대표나 임원과 근로자간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과연 공정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회사 권력의 중심에 있는 직원이 괴롭힘 당사자가 됐을 경우에 회사는 제대로된 징계 처분을 내리고 적절한 이동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와 같이 관련 규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저정한 조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현재 피해자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장내 괴롭힘 처벌 조항을 강제성 있게 법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다음 달 이면 1년이 되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또 다른 A씨가 나오지 않도록 관련 규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때이다.
근로자 A씨의 눈물...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징계`
<사진>A씨가 진행중인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9210 )

신용훈기자 syh@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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