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 보닛 중소형 트럭·밴, 총 중량 3.5~7.5t 대응

볼보, 다임러, 스카니아 등이 수입 상용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다소 생소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이베코(IVECO)다. 이베코는 1975년 시작한 짧은 역사를 지녔다. 하지만 이탈리아 피아트, 스페인 페가소, 프랑스 유닉, 독일 마기루스 등의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이 설립한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회사다. 브랜드 이름 역시 말 그대로 '산업용차 기업(Industrial Vehicles Corporation)'일 정도로 전문성이 드러난다. 그러나 인지도가 좌우하는 시장 흐름을 감안하면 불리한 점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베코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할 말이 많다. 가장 먼저 꺼내든 단어는 총 중량 3.5~7.5t에 대응하는 소형 상용차 '데일리'다.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디자인&상품성
데일리는 1978년 처음 등장했다. 현행 제품은 이베코가 2014년 선보인 3세대 부분변경이다. 최근엔 새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D를 충족하는 동력계와 함께 상품성도 일부 개선했다. 외관은 1.5박스 스타일이 유럽에서 온 경상용차(LCV) 임을 보여준다. 그릴과 헤드램프, A필러, 윈드실드, 측창을 까맣게 아우르는 디자인은 항공기의 캐노피를 연상케 한다. 그릴은 이전의 얇은 형태보다 면적을 넓히고 크롬 도트 패턴을 적용해 인상을 바꿨다. 헤드램프는 상용차에서 보기 드문 풀 LED다. 두툼한 보닛과 누운 윈드실드는 공기저항을 줄여 운송 효율을 높인다. 후드에 위치한 이베코 레터링은 아직 낯설긴 하지만 전체 디자인을 해치진 않는다. 펜더 위로 지나는 캐릭터라인은 유연한 곡선을 뽐내며 승용 감각을 드러낸다. 범퍼는 좌우로 3등분 해 접촉 사고 시 수리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3인승의 실내도 승용차의 느낌이 물씬하다. 특히 엔진이 좌석 밑이 아닌 탑승 공간보다 앞에 있는 구조여서 분위기가 쾌적하다.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작은데다가 3스포크 구조와 멀티미디어 버튼을 갖춰 상용차 같지 않다. 아랫부분도 스포츠카에서나 볼 수 있는 'D'컷 형태다. 계기판 일부는 디지털 모니터로 처리해 시인성을 높였다. 대시보드는 모두 플라스틱으로 마감했지만 짙은 파란색과 진회색의 투톤 처리가 신선하다. 수납공간은 대시보드, 좌석 하단 등 곳곳에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편의품목은 자동 에어컨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시트 포지션은 르노 마스터, 벤츠 스프린터 등의 여느 경상용차(Light Commercial Vehicle)와 비슷하다. 세미 보닛 형태지만 운전석에서 보닛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파르다. 싱글 캡인 만큼 등받이를 기울일 여유는 거의 없다. 헤드룸은 키 180㎝의 운전자가 앉아도 10㎝ 정도 넉넉하다.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차체는 새시 캡과 밴 두 가지로 나뉜다. 섀시 캡은 카고, 캠핑카 등 다양한 특장에 대응한다. 휠베이스는 3,450~5,100㎜를 지원하며 2열 좌석을 더한 크루 캡도 제공한다. 크루 캡은 3+4 좌석 배치를 갖췄으며 총 중량 5.2t, 적재 중량 1.8t의 제원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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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은 적재 능력에 따라 H1(9㎥), H2(10.8~17.5㎥), H3(13.4~19.6㎥)로 나뉜다. 휠베이스는 3,520~4,100㎜를 지원한다. 시승차는 H3로 국내 시판 밴 중에 가장 크다. 뒷바퀴는 오버펜더를 덧댔다. H1, H2와 달리 복륜을 채택해 바퀴가 차체보다 튀어나와서다.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모습이 오프로더와 닮아 역동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성능
동력계는 3.0ℓ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 180마력, 최대 43.9㎏·m를 발휘한다. 가속은 가변식 터보차저와 1,500~3,000rpm에서 나오는 큰 토크 덕분에 제한속도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 눈만 감으면 중대형 SUV에 올라있는 듯한 감각일 것이다. 물론 8단 자동 변속기의 공도 크다. 변속 레버는 'ㄴ'자 모양으로 조작하는 방식이 수동 변속기와 닮아있어 독특하다.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승차감은 에어서스펜션 시트가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어서스펜션의 장착은 엔진 배치가 실내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아 가능했다. 주행 성능은 뒷바퀴에 무게가 실린 상태가 아니어도 제법 묵직하고 안정적이다. 경쾌한 엔진음에 비해 진동은 적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편안한 주행을 지향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일반적인 캡오버 형태의 트럭보다 회전반경이 클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운전석이 앞바퀴보다 뒤에 있을 뿐 교차로를 돌아나가거나 유턴하는데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적당한 편이다. 그러나 센터페시아 상단의 'CITY' 버튼을 누르면 손가락으로도 스티어링 휠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진다. 버튼의 문구가 상징하듯 도심 운전을 보다 편하게 돕는 품목이다. 안전품목은 50㎞/h 이하 주행 시 작동 가능한 긴급자동제동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경고 기능 등을 갖췄다.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밴은 적재공간을 패널로 씌운 탓에 기본적으로 섀시 캡보다 무겁다. 차체의 움직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안정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뒷바퀴에 마련한 에어서스펜션 덕분이다. 에어서스펜션은 승차감과 화물 적재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 최근 상용차에 적극 활용되고 있는 품목이다. 확실히 앞서 시승한 리프 서스펜션의 섀시 캡보다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 운전이 편했다. 승합 버전의 데일리를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총평
데일리는 편하게 탈 수 있는 경상용차다. 차명에서도 느껴지듯 매일 운행하는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거란 느낌이다. 세미 보닛 차체와 꼼꼼히 챙긴 안전품목을 생각한다면 충돌 등에 대한 안전성도 가늠할 수 있다. 여러모로 중소형 트럭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상용차의 화두인 총소유비용에 대한 자신감을 더 보여준다면 괜찮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시승]승용 감성으로 태어난, 이베코 데일리

가격은 섀시 캡 5,200만~6,140만원, 밴 6,300만~7,55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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