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통합세무서(서초·역삼·삼성)에 민원인들이 출입하고 있다. 입구 한 곳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세무서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붙었지만 건물에는 종합소득세신고와 서류발급 등을 위해 찾은 민원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 양재동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세무서를 방문하는 길이 불편하기만 하다. 자신이 서초구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인근에 세무서가 없어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서초세무서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 영세자영업자 B씨는 코로나19 자금 대출을 받고자 서류발급을 위해 서초세무서를 방문했다. 코로나 여파로 사람이 얼마 없을 줄 알았지만 세무서는 민원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간단한 서류발급 건으로 오전 시간을 세무서에서 보낸 B씨는 답답함에 한숨만 흘러 나왔다.

서울 서초구 지역의 납세자들이 세무서 방문의 불편함을 제기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양재동과 내곡동 등에 거주하는 납세자들이 세무업무를 보려면 강남지역의 세무서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세무서를 방문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막상 세무서에 도착해도 수많은 대기 인원으로 빠른 일 처리가 불가능해 불편함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종합소득세 신고가 한창인 지난 15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합세무서를 방문했다고 밝힌 고령의 한 납세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세금신고 기한이 지나면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부득이 세무서를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종일 비까지 내리면서 거주지(양재동)에서 서초세무서까지 40분가량 소요되어 진이 다 빠졌다. 벌써부터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서초세무서가 서초동에 없고 왜 강남구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민원인은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민원인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통합세무서를 보며 놀랐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세무서를 왜 한 곳에 모아둬 여러모로 불편하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무서비스 수요 갈수록 넘쳐나는데…

서초세무서 관할 지역의 납세자는 13만명(2018년 말 기준)으로 세원이 밀집되어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지역 내 재개발 등이 추진되고 있어 대규모의 인구유입과 함께 납세자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서초구에는 ▲남양연립주택정비 ▲세운연립 재건축 ▲서초신동아 재건축 ▲서초진흥 재건축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세대수만 1420세대에 달한다. 이와 함께 서초구 복합청사가 2026년 완공을 앞두고 있고 700병상에 달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이전계획까지 잡혀있어 세무행정 수요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 간 서초구 지역 납세자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11만1000여명에서 2017년 11만9000여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8년에는 13만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거리가 먼 곳에서 세무서를 방문해야 하는 양재 관할구역(양재동·우면동·염곡동· 원지동·신원동·내곡동)납세자 수도 2016년 4만명에서 2018년 4만7000여명으로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급격한 인구 유입과 세수 증대 등에 더해 법인들의 세무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부분도 세무서 신설의 필요성을 뒷받침 한다.

서초세무서 관내 법인 수는 2만 여개에 달하는데 관내 법조단지가 소재해 있어 변호사, 법무사 등 전문직 사업자가 밀집해 있다.

아울러 젊은 소비층을 상대로 한 성형외과, 피부과의원, 외국어학원 및 음식점 등 현금수입업종이 다수 분포해 있고 규모가 큰 법인 사업자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서초세무서가 왜 강남에?… 우리 이제 헤어져요"

◆…지난 15일 방문한 통합세무서 민원실에는 소득금액증명원 등 각종 증명서 발급을 위해 대기표를 뽑은 민원인들로 가득찼다.

양재동과 내곡동 등에 거주하는 서초구 주민이 세금업무 처리를 위해 강남구까지 이동하게 된 데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지난 1996년 7월 양재세무서가 신설됐으나 3년(99년 9월) 만에 문을 닫은 이후 서초세무서와 통합됐고 2003년 12월부터 현 강남 통합청사로 이전해 업무처리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강남통합청사는 삼성·역삼·서초세무서가 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3개 세무서에 더해 보험사까지 한 건물을 함께 사용하다보니, 납세자들과 직원들이 겪는 불편이 극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회사가 인근에 밀집해 있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어 각종 민원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 강남 지역 주민이 아니더라도 타 세무서 관할 민원도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 입장에서도 업무처리의 고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서초세무서가 거둬들인 세수(6조6000억원)는 강남권세무서 평균(4조1000억원)보다 160%(2조5000억원)를 초과한 수준으로 세수는 점차 늘고 있는 반면, 직원 수는 한정되어 있어 이를 감당할 세무행정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서초 관할 납세자 신고인원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강남권세무서(강남·반포· 삼성·송파·역삼·잠실) 평균 신고인원에 112% 이상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직원 1인당 처리해야 할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자연스레 세원관리의 부실화도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주차환경조차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납세자가 붐비는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는 불편함이 더욱 크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무서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증명서류 발급과 관련한 업무가 많은데, 종합소득세 신고에 근로장려금 업무까지 겹치면서 단순 업무처리조차 어려움을 겪는 민원인들에 항의를 들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세자 편의 제공과 혼동 방지를 위해 점차 관할을 벗어난 세무서가 사라지는 추세인데 강남통합청사만 한 곳에 발이 묶여있어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서초구 주민들 "양재세무서 분리 신설 추진해야"

◆…네이버 지도를 통해 내곡동에서 서초세무서까지 방문 경로를 검색해본 결과, 대중교통 기준 41분 가량이 소요된다고 나타났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최근 서초구 주민들 사이에서 양재세무서를 신설해 납세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한다는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양재세무서가 신설된다면 세무서 방문 편의성이 높아져 납세협력비용 등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길 찾기 등을 통해 검색해보면 양재동 및 내곡동에서 서초세무서까지 대중교통으로 36분(7.1km)이 소요되며 자가용으로 방문할 경우 통상 27분(6.9km)이 소요된다고 나타난다.

서울시내 세무서 평균 방문 필요 시간이 20분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이 소요되는 수준이다.

아울러 역삼·서초·삼성 3개관할 지역의 통합 민원실 형태로 운영되면서 단순 민원처리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도 세무서 신설에 근거로 제시된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은 "양재동 등에 세무서가 분리 신설된다면 세무서를 방문할 때 겪는 불편들이 상당부분 해소되어 양질의 납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일선 세무서는 지역의 특수성과 행정수요, 다른 기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설치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에서 결정하면 통폐합이나 신설 추진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세일보 / 염정우 기자 taxman@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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