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크’를 아십니까? ‘슈즈로 하는 재테크’의 줄임말이죠.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신발을 줄 서서 구입한 뒤 비싸게 되파는 ‘리세일’이 꽤 짭짤한 수익을 남기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전문 리세일러들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요, 중국에선 슈테크에 ‘올인’한 2030도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어쭙잖은 투자를 하거나 쥐꼬리만한 월급을 모으는 것보다 슈테크가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겁니다.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그만큼 신발이 패션업계의 핵심 상품으로 떠올랐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대표적 예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한정판 신발입니다. 주기적으로 인기 브랜드와 협업(컬래버레이션)한 한정판 신발을 제한된 수량만 판매하는데, 온라인에서 래플(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판매를 하죠. 특정 매장에서만 판매를 하면 1~2일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신발 경매까지 생긴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1985년에 신었던 농구화가 경매전문업체 소더비즈에서 56만달러(약 6억9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나이키 에어 조던1’ 신발로, 조던의 사인이 들어간 신발이었죠. 그동안 신발 경매 사상 최고가라고 합니다. 총 10명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끝에 예상가(15만달러)보다 3.5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린 겁니다. 두 번째로 높은 값에 팔린 신발은 나이키의 공동 창업주인 빌 마워먼이 1972년 뮌헨올림픽에 맞춰 제작한 최초의 러닝화 ‘문 슈’였습니다. 총 12켤레만 생산된 한정판 신발로, 지난해 7월 경매에서 43만7500달러(약 5억4000만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시판용 신발도 비싸게 되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에선 1999위안짜리 운동화가 4400위안에 팔리는 일이 많습니다.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예즈2’는 1999위안짜리인데 이틀 만에 3만위안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였다고 하네요. 특히 2000년대에 태어난 중국인들은 ‘신발=투자상품’으로 인식한다고 하네요. 중국에는 마치 우리 ‘코스피 지수’처럼 ‘나이키 지수’, ‘아디다스 지수’가 있다는 것도 얼마나 신발 2차 거래가 왕성한 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만에 10~15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상품이 과연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국내에서도 신발 경매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무진장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무신사가 대표적이죠. 무신사는 지난 18일 한정판 신발을 경매에 붙이는 ‘솔드아웃’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놓는다고 선언했습니다. 무신사에서 신발 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등 슈즈 마니아들이 많다는 데서 착안해 아예 신발 경매 전문 앱을 개발한 겁니다. 스니커즈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오는 25일까지 사전 예약 이벤트를 진행하는데요, 다운로드 사전 예약을 하면 ‘스투시X나이키 에어 줌 스피리돈 케이지2 파슬’과 ‘트래비스 스캇X에어 조던 1 하이’ 등 인기 신발을 무료로 주는 래플에 참여하게 해주는 겁니다. 이 두 신발은 각 70만원, 200만원 넘게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한정판 신발들입니다. 하루 만에 3만2000여명이 참여해 현재 세 켤레를 확보했고요, 6만명이 넘으면 추가로 세 켤레를, 10만명을 돌파하면 총 10켤레를 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투자’가 아닌 ‘투기’라고 할테고, 누군가는 현명한 재테크 방법이자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비판의 대상이든 선망의 대상이든, ‘슈테크’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