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5) 바이러스의 침입

껍질과 핵산뿐인 단순한 구조
RNA·DNA 정확히 복제 못해
바이러스는 왜 변종이 발생해 치료제 개발을 어렵게할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비대면 회의 등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전례 없는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외에도 감기, 독감, 홍역, 볼거리,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인류를 괴롭혀온 수많은 질병을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 단계인 바이러스

그렇다면 바이러스란 무엇일까? 바이러스는 자신을 늘리는 목적밖에 없는 단순한 형태의 복제 기계다. 바이러스 입자는 전자현미경으로만 관찰 가능한 크기며,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껍질(캡시드)과 그 안에 있는 핵산(DNA 또는 RNA)으로 구성돼 있다. 캡시드는 핵산을 보호하고 바이러스가 침투할 숙주세포를 인식해 핵산을 세포에 주입한다. 핵산은 바이러스 증식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다. 숙주세포를 만나기 전까지 바이러스는 아무런 생명 활동을 하지 않아 무생물과 다름없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바이러스의 캡시드가 숙주세포와 접촉하면 바이러스는 핵산을 숙주세포 안으로 주입한다. 주입된 DNA는 바이러스 증식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단 자신이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캡시드와 핵산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숙주세포의 생산공장을 이용한다. 숙주가 지닌 핵산복제효소를 이용해 자신의 핵산을 복제하고,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에 담긴 단백질 성분을 만들기 위해 숙주의 단백질 생산기구를 이용한다. 단지 공장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숙주가 갖고 있던 자원도 아낌없이 쓴다. 감염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새롭게 만들어진 바이러스들로 숙주세포 내부가 가득해지고, 곧이어 바이러스들은 숙주세포를 희생시켜 밖으로 방출된다. 이렇게 밖으로 나온 바이러스는 퍼져나가며 또 다른 숙주와 만날 기회를 기다린다.

이처럼 숙주세포 안에서 숙주세포의 자원과 공장을 이용해 자신을 증식한 뒤 숙주세포를 희생시키는 것이 대다수 바이러스의 삶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모든 생물의 모든 세포에 침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의 캡시드에 있는 단백질 구조와 숙주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의 구조가 열쇠와 자물쇠가 맞듯이 서로 맞아떨어져야 바이러스가 세포로 침투할 수 있다. 이 원리는 한 생물에 침입하는 여러 바이러스에도 해당한다. 예를 들어 감기바이러스와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모두 사람의 세포를 숙주로 하지만, 각각 호흡기 세포와 면역세포(도움 T세포)를 숙주세포로 한다. 각 바이러스는 자신이 침투한 종류의 세포를 파괴하므로 감염된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특징적인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핵산 재편성으로 변종 바이러스 출현해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때에 따라서는 변종 바이러스를 출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된 바이러스는 면역계를 교란하거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 숙주를 위태롭게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바이러스는 자신의 핵산을 정확하게 복제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HIV는 자신의 핵산을 RNA에서 DNA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정확히 복제되지 못해서 수많은 돌연변이가 핵산에 발생한다. 돌연변이를 통해 계속해서 자신을 변형시키므로 사람의 면역계는 HIV를 제대로 공격할 수 없다. 이것이 에이즈 치료제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다.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주로 핵산 재편성을 통해서다.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을 동반하는 호흡기 질환인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난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7~8개의 RNA 조각으로 이뤄진 핵산을 갖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포유류와 조류를 감염시킬 수 있어서 각 종은 각각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가진다. 그런데 돼지가 조류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감염되듯이 종 간 교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종의 바이러스들이 한 종에 동시에 감염될 수 있다. 한 종에 동시 감염된 바이러스들은 숙주세포 안에서 서로의 핵산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핵산을 재편성해 이전에는 출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 2009년 대유행했던 돼지독감 바이러스는 조류, 돼지, 사람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핵산 재편성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누구도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지 못해 큰 피해를 일으켰다. 최근 유행하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천산갑과 박쥐의 바이러스가 핵산이 재편성돼 이렇게 무서운 전파력과 치사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종우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정종우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에볼라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변종 독감바이러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수많은 바이러스가 매년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려면 마스크 쓰기, 손 씻기와 같은 기본적인 개인위생 수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야생동물을 섭취하거나 이들과 접촉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 기억해주세요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때에 따라서는 변종 바이러스를 출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된 바이러스는 면역계를 교란하거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 숙주를 위태롭게 한다. 일부 바이러스는 자신의 핵산을 정확히 복제하지 못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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