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직원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키트를 비행기에 옮기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직원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키트를 비행기에 옮기고 있다. 외교부 제공.
지난달 세계적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록밴드 가수가 대통령에게 불쑥 서한을 보낸 이유는 “한국산 의료장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보노는 서한에서 “아일랜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며 “한국에서 생산되거나 재고가 있는 장비, 진단키트가 있다면 직접 구입해 아일랜드에 기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의료 일선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의료 시스템을 도입한 나라도 많다. 미국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지난달 ‘한국형 워크스루검사실’을 도입했다. 이곳에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오면 장갑이 달린 유리벽 반대편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한다. 기존에 20분이 걸리던 검체 채취 시간은 4분으로 줄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이 지난 3월 선보인 워크스루검사실을 미국 대형병원에서 도입한 것이다. 진단키트뿐만이 아니라 의료장비, 의약품 원료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 제품을 경쟁적으로 찾는 ‘K바이오 신드롬’이 시작됐다.

진단키트 한 달 만에 ‘2억달러’ 수출

해외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한국 업체는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기업들이다. 진단키트는 코로나19 등 특정 전염병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데 쓰이는 진단용 도구다. 진단키트를 공급해달라고 한국에 요청한 국가는 80여 개국에 달한다. 루마니아는 두 차례 진단키트와 방호복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송기로 공수해 갔다. 체코는 외교부 장관이 나서서 한국의 진단키트 수출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진단키트· 의료장비 줄잇는 주문…세계는 'K바이오 신드롬'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3000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달 2억123만달러로 급증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업체는 32곳에 이른다. 씨젠은 진단키트 생산량을 2월 하루 2만 개에서 이달 초 30만 개로 늘렸다. 코젠바이오텍, 수젠텍 등 상당수 진단키트 생산업체는 지난해 매출을 이미 넘어섰다.

공장 가동 멈추지 않고 의료기기 수출

‘K바이오’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진단키트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증상을 확인하는 데 쓰이는 엑스레이 촬영기기 생산업체에도 주문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디알젬은 엑스레이 촬영기기를 지난해엔 월 200여 대가량 생산했다. 하지만 지난달엔 생산량을 월 800대로 늘렸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공장 운영이 어려워졌는데도 장비를 차질없이 생산해낸 덕분이다. 원격의료 정보기술 시스템을 수출하는 인성정보는 지난달 들어온 주문 문의가 작년 같은 시기의 다섯 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의료기기는 기술력 없이는 세계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코로나19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한국 업체들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일부 업체는 코로나19 국내 유행 초기 단계였던 2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는 등 ‘청정근무’ 여건을 발 빠르게 마련하기도 했다.

의약품 원료·임상시험도 ‘K바이오’

의약품 원료 시장에서도 한국산이 각광받고 있다. 의약품 원료 최대 생산국으로 꼽히는 인도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어서다. 국제제네릭·바이오시밀러의약품협회(IGBA)에 따르면 세계 백신·항레트로바이러스 의약품 시장의 60%가량을 인도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전염병 유행으로 인도·중국 등 특정 국가에서 수입이 어려워지면 이들 국가에 의약품 공급을 의존해오던 국가들은 ‘건강안보’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염병 대응 노하우를 갖춘 한국이 새로운 의약품 원료 공급처로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 의료시장이 주목받게 된 데는 국내 임상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주효했다. 2018년 기준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임상시험이 이뤄진 도시다. 휴스턴, 뉴욕, 런던, 마드리드 등이 서울의 뒤를 따랐다. 서울은 2000병상 이상을 갖춘 대형병원이 밀집한 대도시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 영국 등에서 매년 의료진 1000여 명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을 방문해 한국의 의료기술을 배운다.

이주현 한국경제신문 바이오헬스부 기자 deep@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한 국가나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국제표준(ISO)으로 인정받으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② 한국 바이오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③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능력에 대한 세계적 찬사가 한국의 국격이나 다른 한국산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