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반영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마이너스로 낮춰 잡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1.4%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올해 전체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을 겪은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두 차례뿐이었다.

[숫자로 읽는 세상] 한국 경제, '코로나 충격'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 우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3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떨어뜨렸다. 지난 2일 전망치(-0.2%)에 비해 20여 일 만에 1%포인트를 낮춰 잡은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4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1.2%로 낮춰 잡았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각국의 이동 제한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1.5%로 낮췄다.

국내 연구기관 가운데에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성장률을 -2.3%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아직까지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올 하반기 소비와 수출이 반등하면서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2.1%로 잡아 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음달 경기전망 발표 때 0%대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1년에 네 차례(2·5·8·11월) 경제 전망을 내놓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후 간담회에서 “코로나19 확산이 2분기에 수그러들고 3분기부터는 경제활동이 개선된다는 전제하에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작년 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1.3%)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을 고려할 때 올해 한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매 분기 성장률이 0.03%씩을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