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LGD`…신용등급도 `흔들`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간 LG디스플레이가 올해도 실적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원인으로 지목됐던 LCD(액정표시장치)의 비중을 낮추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구조전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악재가 덮쳐서다.

LG디스플레이가 23일 공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 4조 7,242억원, 영업손실 3,61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26% 감소하고 전년 동기 대비 20%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가 분기 매출 4조원대는 2009년 이후 11년만의 일이다.

영업손실은 전분기(영업손실 4,219억원)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LCD TV 팹(Fab) 축소 활동 지속과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차질로 전분기 대비 패널 출하면적이 감소했으며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면적당 판가가 높은 P-OLED(플라스틱 올레드) 제품 비중도 축소돼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영향 본격적…2분기 `실질타격`

문제는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또한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리스크가 확대돼 수요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디스플레이의 올 1분기 패널 출하면적은 700만㎡로 1년 전보다 28.6%, 직전 분기보다 23.9% 줄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 기록한 출하면적 700만㎡는 2011년 1분기(676만㎡)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의 실적이다.

패널 출하면적이 줄어든 건 그만큼 올 1분기에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 악화에 따른 해결책으로 LCD 팹을 축소한 데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부득이하게 공장 가동을 중단한 영향이다.

실제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올 1분기 LC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합한 패널면적 캐파(Capacity·생산능력)는 970만㎡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줄었다.

1년 전보다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 능력이 2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줄어든 생산 능력으로 실적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고부가 제품인 올레드로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 하필 올 1분기에 코로나19 악재가 터진 것이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올 1분기엔 그나마 LCD 판가 소폭 상승과 가동 중단에 따른 비용 절감, 환율 효과 등으로 영업적자를 소폭 개선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엎친데 덮친격`…LGD 신용도, 1년새 가파르게 떨어져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신용등급 상황 마저 좋지 않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가 갚아야 할 차입금이 늘어난 데다가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5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고 재무 상황까지 악화됐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주력 사업을 바꾸고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올해 안에 신용등급이 오히려 한 차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한 단계씩 낮췄다.

지난 2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LG디스플레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으로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한기평은 ‘안정적’으로 설정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도 LG디스플레이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로 내렸다. 등급전망은 ‘부정적’을 유지했다.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은 1년도 안되는 사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LG디스플레이는 ‘AA’ 등급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 3대 신평사는 일제히 신용등급을 ‘AA-’로 낮췄고 올해 한 단계 더 떨어뜨렸다.

AA급 회사의 신용등급이 1년 사이 2단계나 떨어진 건 2015년 대우조선해양 이후 처음이다.

* 탈출구 `OLED`로의 전환 `되레` 발목잡아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은 기업의 향후 2~3년 이내 방향성을 가리킨다.

LG디스플레이가 현재 처한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신평사들의 판단이다.

등급 하향의 근거로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 악화와 고정비 부담, 차입금 부담 확대 등을 들었다.

향후 1~2년 내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은 개선되기 어렵고 재무부담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이 두 차례나 떨어지면서 회사채에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등 자금조달 비용은 커질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이미 A+보다 낮은 등급인 A0급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

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것도 타격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부정적’ 등급 전망의 회사채 투자에는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만기 회사채 4,1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내년에는 상환해야 할 회사채가 5,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수익성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OLED 관련 투자를 비롯한 대규모 자금 지출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2분기 시장상황이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부담은 더욱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 LCD 공급과잉으로 인한 피해로 LCD 사업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OLED에 주력한다.

그러나 2017년 이후 OLED 투자를 늘리면서 순차입금이 2019년 말 10조원까지 급증했다.

LCD 업황 악화로 벌어들이는 돈은 급격히 크게 줄었는데 OLED 투자와 생산을 위한 고정비 등이 크게 늘어났고, 적자로 인해 자금 조달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면서 재무부담이 커졌다.

부채비율은 2018년 122.9%에서 2019년 184.9%로 늘었다.

여기에 광저우 공장에 대한 총 투자금액이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자금 일부를 차입으로 집행한 걸 고려했을때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순차입금의존도는 31.3%까지 상승했다.

한신평은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순차입금의존도 전망을 이보다 증가한 34.7%로 제시했다. 등급 하향 기준인 3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OLED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올해도 계속 이어진다.

결국 3대 신용평가사는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이 추가 하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하고 내부 현금 창출력이 낮아져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률이 0% 미만이면서 순차입금 의존도가 35%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신용등급을 추가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렁에 빠진 `LGD`…신용등급도 `흔들`
* 생사기로에 선 `LG디스플레이`…`돌파구` 마련할까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월 한상범 부회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LG그룹에서 정기 인사 전에 대표이사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상범 부회장 자리에 정호영 사장이 왔다. 그동안 한상범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기술통으로 정호영 사장은 `재무통`으로 꼽혀왔다.

이를 두고 당시 재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재무 위기 돌파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발 LCD 공급과잉에서부터 `OLED`로의 전환,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하반기 시장 불안까지 겹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선 LG디스플레이의 정호영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수렁에 빠진 `LGD`…신용등급도 `흔들`
신동호기자 dh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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