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텅 빈 거리로 바뀌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해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텅 빈 거리로 바뀌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해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화끈한’ 돈 풀기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 처방이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속도와 수준을 넘어선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어서다.

3주 새 파격 조치 쏟아낸 Fed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의 정책역량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미 현지 매체들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REUTERS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의 정책역량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미 현지 매체들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REUTERS
미국 중앙은행(Fed)이 대표적이다. Fed는 지난 3월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긴급 인하한 데 이어 3월 15일 1.0%포인트를 추가로 내렸다. 이에 따라 기존 연 1.5~1.75%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제로금리 수준(0~0.25%)이 됐다.

Fed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달러를 찍어 미국 국채와 모기지채권(MBS) 등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카드도 내놨다. 3월 15일 7000억달러의 국채와 MBS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리먼 사태 초기의 6000억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3월 23일엔 매입 한도마저 없애고 ‘무제한 양적완화’를 하기로 했다.

기업,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 자산담보부증권(ABC) 투자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들도 잇따라 도입했다. 3월 17일 기업어음매입기구(CPFF)와 프라이머리딜러신용창구(PDCF)를, 이튿날인 18일 머니마켓유동성지원창구(MMLF)를 설치했다. 같은 달 23일엔 프라이머리마켓기업신용기구(PMCCF), 세컨더리마켓기업신용기구(SMCCF), 자산담보부증권대출기구(TALF)를 도입했다.

Fed는 4월 9일 2조3000억달러를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매입 등에 쓰겠다는 계획도 추가로 내놨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Fed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도 달러를 대규모로 공급하고 있다. 3월 19일 한국 등 9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이어 3월 31일에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 않은 외국 중앙은행들도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면 달러를 빌릴 수 있는 ‘FIMA 레포 기구’를 설치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공격적으로 (Fed가 갖고 있는) 권한을 쓰겠다”고 밝혔다.

유럽·일본의 중앙은행도 가세

유럽연합(EU)의 중앙은행(ECB)도 3월 12일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채권) 매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월 200억유로 수준의 채권 매입은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채권 매입 규모를 1200억유로(약 160조원)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또 ECB가 저금리로 유럽의 은행들에 돈을 빌려주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도 일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현행 0%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도 3월 2일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을 통해 국채 5000억엔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108조엔(약 12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긴급 경제대책도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뒤인 2009년 4월 발표했던 대책(56조8000억엔)의 두 배 수준이다.

금융위기보다 강한 경제 충격에 대응

이처럼 세계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천문학적인 돈을 푸는 이유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예상보다 강하고 오래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어서다. 각국이 코로나19로 국경 폐쇄와 자가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기업들의 생산 활동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기업들이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에 들어가 글로벌 생산망이 붕괴되고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 불안이 극심해졌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이런 광범위한 경제 충격에 일단 ‘브레이크’를 걸고 시장 기능 및 금융시장 복원을 위해 적극적인 돈 풀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돈 풀기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통화량이 급증하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물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의 빚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경기 부양 대책 발표가 있은 후 “정부, 기업, 가계 모두 막대한 빚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물론 중앙은행들도 이런 부작용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벌어질 상황이 훨씬 위급하다고 판단하고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NIE 포인트
① 세계 경제에서 금융의 역할은 무엇이고 금융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
②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 대응책은 어떤 공통점을 갖는가.
③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에 각국 중앙은행이 취할 후속 대책은 무엇일까.

이고운 한국경제신문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