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고 한은은 양적 완화 조치를 추가로 발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고 한은은 양적 완화 조치를 추가로 발표했다.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전례 없는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를 내놓고 있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75%까지 내린 데다 다양한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상당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데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금융회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사상 최저로 인하

금리 인하·국채 매입…한국도 양적완화 카드 꺼냈다
한은은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사상 최저인 연 0.75%로 내렸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합의제 기구인 금통위는 1년에 여덟 차례 정례 회의를 연다. 지난달처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포인트 인하)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두 차례뿐이다.

한은이 12년 만에 임시 금통위를 연 것은 코로나19가 미칠 경제적 충격이 금융위기 수준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열린 정례 금통위 직후 “코로나19 충격은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강도가 셀 것으로 생각한다”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로 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경기 진작을 위해서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은행들의 예금·대출 금리를 비롯한 시중금리가 함께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 풀리는 통화량이 늘어난다. 돈을 빌리면서 내는 이자비용이 저렴해지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고 소비도 활발해진다. 기업 부도가 감소하고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국채 등 자산 매입도 확대

한은은 채권 등 자산을 사들이는 형태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른바 ‘양적완화’에도 나섰다. 3월 26일 국고채(국채) 등을 담보로 제출하는 금융회사에 최장 91일까지 자금을 내주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의 유동성 공급 조치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한은은 33개 금융회사가 매입을 요청한 RP를 무제한 사들이기로 했다. 한은은 4월 2일 금융회사가 요청한 5조2500억원어치 RP(91일물)를 모두 매입했다.

한은은 4월 9일 공개시장 운영 대상 증권을 확대했다. 한은이 채권시장에서 매입할 수 있는 증권을 기존 국채와 정부보증채에서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산금채),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수출입은행이 발행하는 수출입금융채권(수은채),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으로 늘린 것이다. 한은이 산업은행 등이 발행한 채권을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 조치는 4월 14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적용된다.

한은은 국고채 매입도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뒤 한은은 3월 20일 국고채 1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4월 14일에도 1조5000억원어치를 더 매입했다.

증권사 등에 직접 대출도 추진

한은은 더욱 과감한 유동성 공급 조치도 저울질하고 있다.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이 대표적이다.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증권사 등에 한은이 직접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대출해 줄 때 증권사 등이 갖고 있는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받기로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할 경우 한은이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일반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회사채·CP 발행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가 자본금을 출연해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면 한은은 여기에 자본금의 10배 안팎에 달하는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SPV는 정부가 납입한 자본금과 한은이 제공한 대출로 기업들의 회사채·CP를 매입하게 된다.

하지만 한은의 돈풀기는 상당한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한은이 시중에 화폐를 공급하면 그만큼 자산가치에 거품이 끼고 자산가격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가계·기업 부채가 적정 규모를 넘어 지나치게 커지고 나중에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이 나빠질 수도 있다.

NIE 포인트

① 한국은행의 역할은 무엇이고 그를 위한 정책수단은 무엇일까.
② 통화공급 확대의 장점과 단점은 각각 무엇일까.
③ 한국은행이 이제껏 보지 못한 대대적 유동성 공급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