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1) 한반도 멸망론과 한민족의 부흥
지난해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집단·민족·국가가 붕괴한 뒤 사라졌다. 칭기즈칸이 토대를 마련한 ‘대몽골 세계(ULUS)’도 불과 150년 남짓 존재했을 뿐이다. 거대해 보이는 중국사도 ‘국가’와 ‘한족(漢族)’ 단위로 좁혀 보면 실은 패배와 굴종의 역사였다. 하지만 우리는 비슷한 역사공동체로서 장기간 존재해온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민족이다. 항상 심각한 문제들을 극복해왔고, 특별히 그런 의지도 강했고, 능력도 남달랐다. 현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6·25전쟁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참화를 겪으며 절망 속 폐허만 물려받았지만 50년이란 짧은 기간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이뤄내는 기적을 일궜다.

부숴야 할 ‘반도적 숙명론’

'굴종의 역사관' 버리고 21세기 정체성 다시 찾자

불편한 진실이지만 우리는 지난 600년간(어쩌면 1000년일 가능성도 있다) 자신을 알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기호로 표현하는 능력을 잃어버렸고 자기 의지로 역사를 운영하는 기회를 터무니없이 양보했다. 중국, 일본, 서양의 여러 나라와 문화 같은 정체불명의 실체에 그랬다.

그래서 나는 ‘한반도 멸망론’이란 다소 섬뜩할 수 있는 논(論)을 제기한다. ‘한반도’라는 말은 일본인들이 식민지로 삼는 간계를 숨긴 채 지은 ‘조선반도’를 살짝 변형시킨 말이다. 조선인이 만든 반도국가는 큰 대륙에 붙어 있는 쓸개 같은 존재라는 얘기다. 대륙의 그늘 아래서 간섭을 받고 생존을 위해선 사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반도적 숙명론’이다. 당연히 역사를 자율적으로 운영한 것이 아니라는 ‘타율성이론’을 만들었다. 고인 물처럼 정체됐다는 패배의식도 낳았다. 게다가 반도인들은 당파성이 강해 항상 내부 싸움에 열중했다는 등 나쁜 성격을 지어내며 ‘반도적 근성론’이라 규정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반도적인 성격, 가치관, 행동양식, 예술과 반도적인 시스템, 인간성 등을 다 부숴버리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다소 위협적인 말투로 ‘한반도 멸망론’을 선언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해결해야 할 일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조목조목 살펴봐야 한다.

한민족의 부흥과 재건을 위해

먼저 우리를 지칭하는 ‘한민족’은 누구인가? 생물학적으로 어떤 특성과 능력을, 인간적으로 어떤 성격을 갖고, 어떤 문화를 창조했는가? 또 어떤 인종과 종족이 왜, 어떤 사명감으로, 어느 길을 통해 왔으며, 언제 어떻게 정착했는가를 이번 연재를 통해 살펴본다. 이어 ‘민족성’이라 부르는 정체성의 핵심을 내 연구를 토대로 다시 규정한다. 우리가 배운 바와 다르게 발달한 산업과 제련술 등 뛰어난 기술력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광범한 무역망과 해양력도 규명할 것이다.

잃어버리고 망각한 만주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무궁무진한 자원, 전략적 가치들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요 전략물자인 철의 생산지는 고구려의 요동성과 안시성 주변이었다. 고려시대까지 활발했던 해양활동도 새롭게 조명한다. 고구려의 해양활동을 이용한 등거리외교, 철과 말, 모피 등의 수출, 백제의 일본열도 진출과 개척, 신라와 유라시아 세계의 교류, 장보고의 해양활동과 신라 해적들의 일본열도 침공, ‘아시아의 바이킹’ 발해인의 위대한 겨울 항해와 모피무역, 고려가 서아시아 일대까지 연결한 무역망과 막강한 해군력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그뿐 아니다. 신석기 시대 이후로 우리와 혈연, 언어, 문화적으로 긴밀하게 연관이 있던 유라시아 세계의 모습을 지역별로 나눠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그 지역들이 현재와 미래에 지정학적으로, 지경학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유용한 가치가 있는지도 찾아본다. 이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발전 정책들의 기초를 잡는 데 차용할 수 있는지 점검할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동아시아는 세계 질서 재편이라는 태풍의 발원지가 됐다. 적어도 10개 지역에서 영토 갈등이 일어나고 역사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그 한가운데 우리가 있다. 따라서 그런 상황과 배경, 국제 관계의 본질을 세계사적, 동아시아적, 한민족의 관점에서 정확하게 알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가치와 의미를 논할 것이다. 나라, 인류, 문화와 산업을 위해 다가온 신문명의 몇 가지 문제도 소개하면서 인문학자의 조언을 전달하고 싶다. 이를 위해 단군신화, 고구려의 예술과 미학, 신라의 풍류도 등을 소재로 우리 사상을 재해석하고 인류 문명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요소로서 제언할 생각이다. 이른바 ‘한민족 역할론’이다.

이 연재는 우리를 왜곡시킨 한반도적인 세계관과 성격, 체제, 문화, 국가관 등으로 채워진 현재 상황을 ‘멸망’시키고, 한민족을 부흥과 재건(re-foundation)의 길로 이끄는 타당한 인식과 방법 등을 소개할 것이다.

■ 윤명철 교수는

'굴종의 역사관' 버리고 21세기 정체성 다시 찾자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구려사와 해양사를 주로 연구해왔다. 광개토대왕을 통해 21세기 ‘고구리즘(gogurism·고구려주의)’의 실현을 꿈꾼다. 동국대 사학과 명예교수로 한민족학회 회장, 고조선단군학회 회장을 거쳐 한국정책학회 부회장, 유라시아실크로드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 <동아지중해와 고대일본> <고구려 해양사 연구> <한국 해양사> 등 5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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