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이 영세납세자(또는 소액심판청구인) 구제에 중점을 둔 심판행정을 펼치면서 해당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세무대리인(세무사 등) 없이 불복을 제기한 납세자들이 쉽게 심판청구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알려주거나, 사건 심리과정에서 증빙자료가 미흡하더라도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 최대한 구제해주는 방식의 심판행정을 전개한 것이다.

지난 2018년 이후 이러한 심판행정 기조가 이어져 오면서 소액심판청구 사건(건당 3000만원 이하) '인용률(납세자 승소율)'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조세심판원이 최근 발표한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2년(2018~2019년)간 내국세 기준으로 청구세액 3000만원 미만 사건의 평균 인용률은 23.9%였다.

직전 2년(2016~2017년, 13.2%)치에 비해 10.7%포인트 뛰어오른 수치다.

심판원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3000만원 미만 소액사건은 일반사건과 구분된 청구번호(소)를 부여하는 한편 타 사건에 비해 신속한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를 정비했다.

납세자가 부족한 증빙자료를 갖추고 불복절차를 밟더라도 신빙성 있는 진술에 무게를 두고 심리했다는 전언이다. 소액사건의 경우 '자유 심증주의'를 더욱 유연하게 활용한 셈.

납세자가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 심판청구서를 쓸 수 있도록 지난해 2월 인터넷 홈페이지에 작성법을 올렸다. 소액·영세납세자가 주로 불복하는 세목(부가가치세,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취득세)에 대한 사례도 함께 게재했다.

특히 50억원 이상 고액사건과의 인용률 격차도 좁혀졌다.

2016~2017년까지 평균 40%대 중반(46.4%)을 유지했던 고액 사건 인용률은 최근 2년(2018~2019년)새 34.8%로 뚝 떨어졌다.

그간 세무대리인 유무에 따라 심판 결과가 확연히 달랐다. 소위 '돈 없고 빽 없는' 납세자는 논리싸움에서 크게 밀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무대리인 선임 여부에 따른 인용률 격차는 해소된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세무대리인을 선임한 심판청구 사건(내국세)은 3623건으로, 이 중 940건(26.5%, 재조사 포함)이 인용 결정을 받았다. 세무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사건(613건)의 모수가 작지만, 인용률은 27.8%로 더 높았다.

최근 2년(2018~2019년) 평균치를 따졌을 때도 세무대리인 유무 사건의 인용률은 각각 26.4%, 24.4%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세무대리인이 없어 지원사격이 절실한 영세납세자를 구제한 비율도 늘었다.

현재 심판원은 세무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소액·영세납세자(소득금액 5000만원, 소유재산 5억원 이하)에게 국선대리인(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해 국선대리인이 지원된 사건은 43건으로, 이 중 16건(38.1%, 재조사 포함)에서 인용 결정이 났다. 인용률은 2016년 13.8%에서 2017년 15.4%, 2018년 32.0%로 매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yubyoup@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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