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올림픽 연기 명분 쌓나...`완전한 올림픽` 강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올해 여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예정대로 실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대회 연기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치르겠다고 강조한 것은 취소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연기로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기장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라서 실제 연기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코로나19가 각국에서 확산해 올림픽의 정상적 개최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17일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마치고 "인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낸 증거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는 것에 관해 G7의 지지를 얻었다"고 발언해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낳았다.

무관중 개최나 취소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거론한 `완전한 형태`가 무엇인지에 관해 일본 정부에 질의가 쏟아졌다.

18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전날 회견에서 "`완전한 형태로`라는 것은 무관객으로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모습으로 선수 여러분이 참가하는 대회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라며 "참가국이 줄어들게 되면 완전하다고 부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금까지와 같은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올림픽 연기 명분 쌓나...`완전한 올림픽` 강조
아베 총리가 언급한 완전한 형태는 결국 취소나 무관중·축소 개최가 아닌 통상적인 방식의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의미한다고 두 측근은 해석했다.

얼마 전까지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언급하던 아베 총리가 G7 회의 종료 후에는 언제 개최할 것인지를 언급하지 않고 `완전한 형태`만 거론한 것은 결국 올림픽을 연기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집권 자민당의 한 의원은 "취소로 기울지 않도록 지금부터 연기론을 말하기 시작한 것 같다. 5월에도 (코로나19가) 종식하지 않으면 `완전한 형태로 실시하겠다`고 연기의 이유를 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8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년 연기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사상 첫 대회 연기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고조하는 등 연기가 취소를 피하는 카드로 부상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기를 언급해 "마음이 든든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자민당의 한 중견 의원은 "국제사회의 요청을 받아 연기하는 형태로 하면 정부로서는 체면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연기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나쁘지는 않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연기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63%에 달했으며 올림픽 특수를 기대해 온 경제계 등에서는 "취소할 정도라면 연기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상황에 비춰볼 때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연기라고 판단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G7 정상회의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런 면에서 아베 총리가 완전한 형태로의 개최를 거론하면서 "인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낸 증거"라고 대의명분을 붙인 것이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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