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악몽 재현되나…미국 크루즈선, 코로나19 무더기 감염
일본에서 크루즈선 탑승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 사태가 일어난 데 이어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현지시간 6일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 21명의 감염자가 나왔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자칫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그랜드 프린세스`호의 탑승자는 모두 3,533명(승객 2천422명과 승무원 1천111명)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증상이 의심되는 46명을 대상으로 진단을 한 결과, 승무원 19명과 승객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1차 진단 대상자 가운데 45.7%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모든 탑승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기로 했다.

전수 검사 결과 더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불행 중 다행이지만, 전문가들의 예측은 그렇지 않다.

크루즈선 환경 자체가 `떠다니는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객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 승객과 승무원끼리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전염병이 발병하면 순식간에 번질 수 있다.

선내 공기를 재순환시키는 유람선의 환기 구조도 바이러스의 확산을 촉진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염병 전문가인 새스키아 파피스쿠 박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감염 방지와 격리용으로 설계되지 않은 크루즈선 환경에서는 검역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그랜드 프린세스`의 선사 프린세스 크루즈는 일본에서 대량감염 사태를 일으켰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운영했던 회사여서 이래저래 제2의 크루즈 감염 사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승무원 19명에게서 양성 판정이 나옴에 따라 이들을 주요 전파자로 의심하는 분위기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승무원들이 두 차례의 여행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랜드 프린세스`호는 지난달 11∼2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멕시코를 다녀오는 일정을 마친 뒤 다시 샌프란시스코에서 하와이로 가는 여정에 올랐는데 승무원이 선내에 코로나19를 퍼트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펜스 부통령은 1천100명의 승무원을 콕 집어 "그들은 배에서 격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들은 배에서 내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의 발표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선내 격리 의중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승객들이 미국 땅으로 돌아와 추후 발병한다면 코로나19 확진자 수만 늘릴 수 있다면서 "우리 잘못이 아닌 배 한척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 숫자를 두배로 늘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내 격리야말로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염병 학자인 돈 밀턴 메릴랜드대 교수는 "크루즈선은 격리시설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탑승자들을 배에 그대로 둔다면 코로나19 감염만 증폭시킬 것"이라며 "사람들을 하선 시켜 더 안전한 격리 환경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주간 하선 조치 없이 선내 검역을 했다가 700명이 넘은 코로나19 감염자를 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전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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