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5구역 투시도(출처: HDC현대산업개발)


▲ "브랜드가 호반보다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낫잖아요."

"브랜드가 호반(건설)보다는 현대(HDC현대산업개발)가 낫잖아요."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시 성북구 보문5구역 한 조합원이 기자와 만나 한 이야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 보문5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원래 이 사업은 호반건설이 지난 2017년 수주했었다.

호반건설이 서울 재개발 현장에 첫 진출한 사업이라 주목받았다.

하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 그리고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조합과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실패로 끝난 셈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1가 196-11번지 일대에 지하 2층 ~ 지상 27층 2개동 199가구를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는 575억 원, 큰 규모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서울 내 재개발 사업 수주전이 치열한 점을 감안하면 호반건설에는 뼈 아픈 결과다.
수주한 사업도 뺏기고…호반건설, 브랜드 인지도 `속앓이` [기자수첩]
▲ `써밋` 브랜드 대우건설과 겹쳐…인지도는 `천지차`

호반건설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브랜드`,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인지도`다.

호반건설은 지난해(2019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아파트 브랜드 `베르디움`과 `호반써밋`의 이미지를 새로 발표했다.

베르디움은 일반 아파트, 호반써밋은 주상복합 등 고급아파트에 쓰는 브랜드다.

당시 호반그룹 관계자는 "고객들의 신뢰와 기대를 바탕으로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호반써밋, 베르디움 브랜드 단지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 진출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고급 브랜드 호반써밋의 경우, 대우건설의 고급 브랜드 `푸르지오써밋`과 `써밋`을 공유하고 있다.

써밋(SUMMIT)은 고유명사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우건설(2014년)보다 `써밋`을 먼저 사용했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대우건설과 비교하기 어렵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써밋 브랜드로 서초와 반포 등 강남권 2곳에서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호반건설의 강남권 정비사업 진출은 여전히 `제로`다.
호반건설 `호반써밋`
대우건설 푸르지오써밋
▲ "호반건설 브랜드 전략 고민 필요"

건설업계는 호반건설 브랜드를 두고 전략 부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외형은 지난해 하반기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성장했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반써밋의 브랜드 광고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호반써밋 TV광고과 브랜드 이미지(BI)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과 분위기와 서체 등에서 상당수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외형이 커지면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브랜드 인지도에 발목 잡힌 강남권 진출

호반건설은 올해도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열린 서울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등 6개사가 참여했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고 입찰에 꼭 나설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호반건설의 행보를 감안하면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쟁쟁한 상위권 건설사들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호반건설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제안서 내용을 살펴봐야 입찰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건설업계의 반응은 보다 냉담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권 정비사업 조합이 품질과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는 만큼 경쟁 상대라고 생각치 않는다"고 말했다.

문성필기자 munsp3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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