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감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장법인의 감사보고서 정정횟수는 150회, 327회, 380회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무제표 정정회사 중 46%가 정정 시점에 감사인이 변경됐다.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중심의 회계로 전환되고 국제회계기준 적용에 관한 감독당국의 감리가 깐깐해지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감사보고서 정정빈도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재무제표 정정에 필요한 실무지침을 제정한 뒤 회사와 전·당기감사인 간에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감사보고서에 전기의 감사인이 재무제표 수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강조사항이 기재되는 등 전·당기 감사인 간에 갈등은 여전하다.

감독당국의 깐깐한 감리에 대비한 반응이라는 의견이 있으나 회계정보에 실질을 반영하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감독당국은 '전기오류수정 협의회'를 만들어 회사 및 전·당기감사인간 충실한 협의를 거친 사항은 향후 감리 시 이를 고려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 합리적인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원칙중심의 회계는 경제적 실질에 기초한 회사의 합리적인 회계처리를 존중해야 한다. 현상의 실질에 관한 해석에 따라 기준의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 충분한 근거와 판단에 대한 논거가 존재한다면 하나의 절대적인 회계처리만이 수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거와 논거를 신뢰할 수 있다면 감독과정에서도 다양한 회계처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전 감독과정에서도 전기재무제표가 정정되었으나 회사 및 전기감사인의 근거와 논거를 존중해 정정에 대해 지적을 하지 않았다. 회계처리 결과는 정정되었으나 회사 및 전기감사인의 판단과정을 존중해 내린 결정이었다.

결과보다는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이 중요

회사는 개발 중인 신약의 사업권을 해외제약사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대금을 분할해서 받기로 약정했다. 양도된 사업권은 제품의 임상개발, 판매 및 유통에 대한 글로벌 권한이다.

회사는 1차 수령금 100억 원을 수취하는 시점에서 수익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지정감사인은 임상용역 대행과 용역에 따른 데이터제공 등이 여전히 남아있어 일시에 수익을 인식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가 제공한 라이선스는 제품의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가 있어야하므로 이후 임상용역 대행 등을 라이선스 제공과 일련된 거래로 판단한 것이다.

지정감사인은 해외제약사의 품목허가 이후 회사가 제품을 제조·공급하게 되어있으므로 동 수령금액을 로열티로 회계처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회사와 전기감사인은 다음과 같은 판단 논거를 제시했다.

첫 번째로 임상대행 등은 비용을 보전받는 별도의 의무로서 라이선스 이전과는 구별된다.

둘째로 회사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고 권리이며, 제품공급계약을 별도로 체결하기로 되어있어 제품공급은 라이선스 제공과 구별되는 거래이다.

셋째는 사업권 양도대가에 대한 환급의무가 없고, 임상 및 품목허가의 책임은 해외제약사에 있어 임상대행 등은 회사에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사업권 양도대가에 대한 환급의무가 없는 점과 수령금 수취 시점에서 임상대행은 중요한 추가의무가 아니며 라이선스 제공과 구별되는 별도의 거래라는 점이 고려되었다.

이러한 판단은 거래당사자간의 의사 및 계약서상 해석을 통한 사실관계 판단의 문제이다.

사실관계 판단이 중요한 점을 고려하여 업계 전문가의 의견도 청취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회사의 회계처리가 합리성을 벗어나 회계처리기준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살펴본 대로 재무제표를 정정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자진정정의 경우 정정된 금액이 중요성 금액의 4배 미만에 해당하면 감독당국이 주의 등의 조치로 절차를 종결하는 재무제표 심사제도가 시행 중이다.

원칙중심의 회계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투자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원칙중심의 기준을 해석하고 적용하려면 경제적 사건에 대한 모든 사실과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

적용 당시 의도적으로 감추어진 사실이나 정보가 있다면 제대로 된 실질에 접근할 수 없다. 실질에 근거하지 않은 판단은 신뢰할 수 없으며 결과인 회계처리도 존중될 수 없다.

하지만 앞선 사례와 같이 설사 정정금액이 상당하더라도 적용 당시 경제적 사건에 대한 모든 사실과 정보가 공유되고 판단이 충분한 근거와 논거를 가지고 있다면 회사의 판단은 고려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회계를 감독하는 근본 목적이 회계처리 결과의 맞고 틀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에게 실질적인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환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조세일보 / 박재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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