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WHO "대유행 아냐"
중동 지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속속 나오면서 각국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동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대부분 이란과 연관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쿠웨이트 정부는 3명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국영 KUNA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이들의 국적은 쿠웨이트(2명)와 사우디아라비아(1명)이고 이들은 이란 동북부 이슬람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를 다녀온 이력이 있다고 쿠웨이트 당국은 설명했다.

마슈하드는 이웃 중동 국가의 시아파 무슬림의 대표적인 성지순례지다.

쿠웨이트 정부는 19일 이란에서 처음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자 21일 이란행 항공노선을 일시 중단하고 이란과 이어진 국경 출입국 검문소를 차단했다.

또 자국민을 제외하고 이란에 상주하거나 최근 2주 이내에 이란에서 체류했던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어 23일에는 이란에서 오는 선박의 입항도 불허했다.

쿠웨이트 당국은 마슈하드를 성지순례차 방문한 자국민 700여명을 22일부터 특별기로 철수시켰다. 이날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이 특별기로 귀국해 격리·관찰 중이던 성지순례객이었다.

이란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24일 현재 마슈하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없다.

바레인 보건부는 이란을 여행한 이력이 있는 자국민 1명이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바레인 정부도 최근 2주 이내에 이란에서 체류했던 외국인에 대해 21일부터 입국 금지하고 있다.

오만 보건 당국도 24일 이란에 다녀온 직후 자국민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첫 확진자가 나오자 오만 정부는 이날 이란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라비아반도의 걸프 지역 7개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예멘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모두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란과 적대적인 사우디는 자국민은 물론 거주 외국인의 이란 방문과 이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의 입국도 불허했다.

카타르는 이란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격리·관찰하기로 했다. 예멘은 내전 중이어서 별다른 방침이 없지만 이란과 인적 교류가 거의 없다.

이라크 보건부도 24일 남부 시아파 이슬람 성지 나자프에서 이란인 신학 유학생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라크 역시 쿠웨이트와 마찬가지로 21일 이란과 통하는 국경 검문소를 닫고, 국적항공기의 이란 노선을 일시 중단했으며 자국민을 제외하고 이란발 입국자를 모두 차단했다.

이라크 보건부는 이 확진자가 국경을 차단하기 전 입국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보건부도 이란 곰에서 최근 돌아온 자국민 1명이 처음으로 감염자로 확인됐고 역시 이란을 다녀온 3명이 의심증세를 보였다고 24일 발표했다. 아프간 정부는 전날 이란을 오가는 육상 운행과 항공편을 잠정 중단했다.

앞서 레바논에서 이란 종교도시 곰을 다녀온 레바논인 1명이 감염자로 판정됐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이란인 노부부 여행자가 확진자로 분류돼 치료 중이다.

UAE 정부는 24일 이란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고 자국민의 왕래를 불허했다.
중동·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WHO "대유행 아냐"
이탈리아에서도 사망자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북부 롬바르디아에서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밀라노 북쪽에 있는 유명 관광지인 코모 호수 인근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62세 남성이 숨을 거뒀고, 주말께 심장마비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 온 80세 남성 감염자도 사망했다.

이밖에 지병이 있는 88세 남성 및 84세 남성 감염자가 각각 숨졌다.

이탈리아 언론은 이날 오전 한때 브레시아 한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여성 암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사망 원인이 바이러스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최종 사망자 집계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7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지병을 가진 80세 이상의 고령 감염자들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 한국, 이란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이다.

앞서 롬바르디아주에 거주하는 77세의 여성 감염자가 지난 20일 사망한 데 이어 21일에는 베네토주에서 78세 남성이 숨졌다. 23일엔 롬바르디아주 내 한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던 77세 여성 감염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주별 사망자는 롬바르디아 6명, 베네토 1명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4일 현재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22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밤까지 확인된 확진자 수 152명에서 72명 더 늘어난 것이다.

주별 확진자 수(사망자 포함)를 보면 롬바르디아가 172명으로 가장 많고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주도인 베네토가 32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롬바르디아 바로 아래에 위치한 에밀리아-로마냐가 18명, 피에몬테 4명, 수도 로마를 품은 라치오 3명 등이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23명은 증상이 심각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99명은 일반 병실에 입원해 있다. 별다른 증상이 없는 91명은 자택에 격리돼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다만, 현재도 의심 증상을 보이는 주민들이 많아 확진자 수는 한동안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 수는 중국과 일본(크루즈 감염자 포함), 한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중동·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WHO "대유행 아냐"
이런 세계적인 확산세 속에서도 세계보건기구(WHO)는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이란, 한국의 갑작스러운 (감염자) 증가는 매우 우려된다"면서 "이러한 증가가 이 전염병이 이제 팬더믹이 됐음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많은 추측이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그는 "WHO는 이미 최고 수준의 경보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며 "당분간 우리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으로 무제한적인 확산을 보지 않고 있으며, 우리는 대규모 중증 질환이나 사망을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바이러스가 팬더믹 가능성을 지니고 있느냐? 물론이다"라며 "우리가 거기에 도착했는가? 우리의 평가에 따르면 아직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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