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미국의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즈음 월가의 투자전문가이자 대학교수인 나심 탈렙이 출간한 `블랙스완`

17세기 호주 대륙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기 이전까지 백조는 이름 자체로 `하얀새`의 대명사였다. 이처럼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현상을 탈렙은 `블랙스완`으로 명명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우리 땅에서 확산되면서 온 국민을 공포와 분노에 빠지게 만들었다.

여야 정치권이, 정부와 한 종교단체가 확산 책임의 공방을 벌이면서 국민들은 더욱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확보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고, 생필품 사재기까지 나오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인간이 인간을 기피하는 현상에 경제는 올스톱의 위기에 몰렸고. 해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도 냉랭하기만 하다. 이렇다 보니 이성 보다 감정이 사회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

책임소재와 재발방지를 위한 작업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한다.

기본적인 개인위생수칙을 지키고 성숙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남에게 피해를 줄만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여야는 총선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데 힘을 모아야 하고 정부는 위임 받은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다만 탈렙이 제시하는 `블랙스완`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검은색 백조(블랙스완)이 없다고 단정짓는 오만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주는 인간이 만든 깔끔한 방정식으로 표현될 수 없다. 그 주체가 누구든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대규모 확산은 없다"라는 선언이 바로 대규모 확산을 불러온 주범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규모 부실이 100년 역사의 월가 투자은행을 파산시키고 미국 경제 전체를 날릴 뻔한 사태로 커질 것이라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같은 오만함과 무지는 종종 어의없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해할 수 없는 정반대의 행동이 나타난다. 몸에 옷을 맞추지 않고, 학생이 학교 커리귤럼에 맞춰서 교육받는 비상식적인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탈렙은 `행운에 속지 마라`고도 말한다. 내가 잘 나서 이른바 `대박`이 난 것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행운과 불행 사이에는 어떤 규칙도 패턴도 찾을 수 없다. `역지사지`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소에도 우리 주변을 맴돌기만 하던 블랙스완이 이제 누구나 볼 수 있게 눈 앞에 나타났다. 피할 수 있었으면 좋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데 모든 사회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 다음 또 다른 블랙스완을 만나지 않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블랙스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지나칠 뿐이다. 탈렙이 말하는 블랙스완과 함께 사는 방법이다.
`블랙스완`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최진욱산업부장 jwchoi@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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