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량 사태` 입막음 계속…中지식인들 잇단 연락두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의 죽음 이후에도 언론 자유 등을 요구하는 중국 지식인에 대한 당국의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리원량은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으며, 이후 환자 치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최근 사망했다.

1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국 광둥성 판위 지역에 있는 인권 변호사 양빈의 자택에서는 양빈과 그의 남편, 아들 그리고 그가 숨겨준 저명 법학자 쉬즈융이 경찰에 체포됐다.

최근 양빈은 리원량 등 코로나19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8명의 의사에 대한 명예를 회복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라는 온라인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나아가 온라인에 글을 발표해 "리원량의 죽음은 관련 법률이 아닌, 당과 국가 체제에 대한 분노를 불러오고 있다"며 중국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이로 인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베이징대 법학박사 출신인 쉬즈융은 지난 2003년 쑨즈강이라는 청년이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수용시설로 끌려간 뒤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법학자, 인권변호사들과 함께 `신공민 운동`을 결성했다.

이후 `신공민 운동`은 시민권리 보호와 사회 정의를 내세우며 농민공, 철거민, 고문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 지원과 공익소송 등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 말부터 지명수배된 그는 최근 온라인에 올린 글을 통해 "무역전쟁, 홍콩 시위, 코로나19 확산 등 주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빈과 그 가족은 전날 밤 풀려났으나, 지명수배자인 쉬즈융을 숨겨준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쉬즈융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이다.

리원량의 사망 후 중국에서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중국 당국은 검열을 강화하고 이를 요구하는 지식인들을 감금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지식인 수백 명과 함께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표현의 자유 보장` 등 5대 요구의 수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한 칭화대 법학 교수 쉬장룬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그는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시 주석을 공개 비판하는 글의 말미에서 "내가 처벌을 당할 거라고 너무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틀림없이 이건 내가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우한에서 현장의 암울한 실태를 전하고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던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도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끊겼다.

의류 판매업자 출신의 또 다른 시민기자 팡빈은 우한의 한 병원 밖에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들의 시신을 담은 자루가 가득한 승합차 영상과 `독재 비판` 영상 등을 올린 뒤 역시 실종됐다.
`리원량 사태` 입막음 계속…中지식인들 잇단 연락두절
(사진=연합뉴스/리원량 웨이보 캡처)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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