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美민주 경선 선두권 나서자 월가 "경제 망칠 것"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79) 상원의원이 선두권을 달리면서 미국 월가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11일(현지시간) 두 번째 대선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일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에게 0.1%포인트의 차이로 당한 석패를 설욕한 것이다.

12일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로이드 블랭크파인은 전날 밤 트위터에 샌더스가 후보가 되면 "트럼프(대통령)만큼 분극화시키고, 경제를 망치고 군(軍)을 돌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랭크파인은 또 "민주당이 샌더스를 후보로 선택하면 러시아는 미국을 망치기 위해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할지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면서 "내가 러시아라면 이번엔 샌더스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해킹 등을 통해 개입한 사건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랭크파인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골드만삭스의 CEO를 지냈으며, 2016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원으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었다.

미 월가의 경계는 샌더스 의원의 부유층을 겨냥한 공약에 기인한다.

샌더스 의원은 대통령 당선 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말 시행한 1조5천억달러 규모의 감세를 되돌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1%로 내린 법인세를 다시 35%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전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를 선언한 후 지지자들에게 "부유층과 힘 있는 사람들은 공정한 세 부담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을 공약으로 내건 샌더스 의원은 "헬스케어는 특권이 아니라 인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디케어 포 올`은 중산층 증세 없이 개인 건강보험을 폐지하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전 국민 건강보험을 말한다.

블랭크파인의 주장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동조gk면서 샌더스 의원 견제에 동참하고 나섰다.

므누신 장관은 `샌더스 대통령이 경제를 망칠 것이라는 블랭크파인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가 더는 옳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공화당원인 므누신 장관은 2002년까지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바 있다.

그러자 샌더스 상원의원은 블랭크파인의 언급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며 "월가의 억만장자 경영인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CNN에 밝혔다.

샌더스 캠프의 파이즈 샤키르 선대본부장도 블랭크파인의 주장에 "이것은 월가의 엘리트들이 보이는 패닉(공포)"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또 다른 진보 성향의 민주당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강세를 보였을 당시에도 월가에서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당시 CNBC는 민주당에 고액을 내놓는 익명의 월가 기부자와 기금 모금자 여러 명을 인용해 워런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이들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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