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떨어지는 면역력… 구안와사 위험 높인다
어느 순간 귀 뒷부분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평소보다 두통이 강하게 나타나고, 혀의 감각이 둔해진 듯하다면 병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자칫 구안와사일 확률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겨울철 요주의 질환 중 하나인 구안와사는 12개의 뇌 신경 중 7번 신경의 병적 이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해당 신경이 마비돼 뇌에서 얼굴로 전달되는 신호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얼굴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구안와사가 나타나며 한쪽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고, 안면근육이 딱딱해진 느낌이 들며,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입이 틀어지고, 혀의 한쪽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지만, 치료를 미루다간 안면비대칭을 포함한 다양한 후유증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원장으로부터 겨울철 구안와사를 부르는 대표적인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차가운 공기, 과도한 난방… 겨울에 구안와사가 흔한 이유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사람이라면 `그러다 입 돌아간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찬 공기나 바닥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얼굴 근육이 긴장하고 혈관이 수축하면서 안면부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된다.

과도한 난방 역시 몸의 체온 조절을 어렵게 하고 전반적인 면역력을 흐트러뜨려 주의해야 한다. 이때 안면부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안면신경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외부와의 온도 차이에 몸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평소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 원장은 "구안와사는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지 않고, 어느 날 자고 일어난 뒤 갑자기 발생하는 게 특징"이라며 "다만 최근에는 추운 날씨뿐 아니라 야근·과도한 음주 등 스트레스와 과로가 구안와사를 유발하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잦은 감기도 구안와사의 주요인

겨울철 구안와사 환자가 많은 것은 결국 이 시기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특히 감기에 자주 걸릴 경우 바이러스에 취약해진다. 이 때 안면신경에도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

문병하 원장은 평소 보온에 신경쓰고 꾸준한 유산소운동을 통해 체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조언한다. 그는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신진대사 작용이 12%가량 줄어든다"며 "체내대사율이 떨어지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세포조직의 기능과 면역체계가 약해져서 구안와사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 중이염 및 내이염, 수술 합병증, 외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남기고 간 후유증, 구안와사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운 겨울철, 감기나 독감만큼 조심해야 할 것이 대상포진이다. 어릴 때 수두를 앓았다면 몸 안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안면부 신경을 자극·손상시켜 발생하는 구안와사를 다른 말로 `람세이헌트증후군`(Ramsay-Hunt syndrome)이라고 한다.

문병하 원장은 "대상포진을 앓은 환자의 약 10%는 치료 후에도 피부·감각기관·신경 전반에 통증이 생기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을 수 있다"며 "증상이 귀에 발병한 경우 바이러스가 안면 신경을 자극하거나 손상을 일으키면서 구안와사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안와사 의심 시 이마 찡그리지 못한다면 `병원으로`

문 원장은 구안와사 치료의 핵심으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꼽았다. 문제는 환자들이 구안와사가 의심될 때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병을 키운다는 것이다. 문병하 원장은 "코와 이마를 찡그려보라"며 "코잔등과 한쪽 이마에 주름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구안와사가 강하게 의심되니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발병 후 초기 2주 동안의 치료효과가 예후에 큰 영향을 준다. 초기 치료가 미흡할 경우나 심하게 신경손상이 온경우 안면근 수축 및 마비,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근육이 움직이는 연합운동, 식사를 하거나 말할 때 눈물 흘림 등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구안와사 치료 트렌드는 양방과 한방의 장점만을 모은 `통합진료`다. 구안와사 초기 급성기에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상 부위의 염증반응과 부종을 빠르게 감소시켜 줄 수 있는 양약을 처방한다. 이와 함께 환자의 체질에 따라 소염, 해독 효과가 있는 한약을 복용해 기혈을 순환시키고 전반적인 기능을 강화한다. 상황에 따라 침, 약침, 체질별 컬러테이프요법, 안면수기요법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침 치료는 얼굴에 분포하는 경혈·경락을 자극해 안면 균형을 맞추고 마비된 얼굴근육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문병하 원장은 "구안와사는 10년 내 재발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 치료 후에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과음을 삼가고 규칙적인 생활과 식사로 면역력을 높이는 게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와 함께 따뜻한 물로 세안한 뒤 더운 수건으로 안면부를 마사지하는 온열요법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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