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빠르게 확산되며 공포를 키우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글로벌 증시도 감염시켰습니다.

설 연휴 기간 휴장했던 시장이 하나 둘, 열리면서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양새인데요.

그나마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증시가 언제쯤 안정을 되찾을 지, 취재기자와 짚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증권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29일) 조금 있으면 홍콩 시장이 열립니다. 이번주 초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걱정이 앞서는데요.

<기자>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 미국 증시를 비롯해, 유럽에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파랗게 물들었던 시장이 우선은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오늘 홍콩장이 열리고, 내일(30일)은 대만과 베트남 증시가 차례로 개장하는데요.

사실상 갭하락 출발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중국 증시가 당초 31일에서 다음달 3일로 개장 일정을 미뤘거든요. 주변 국가들이 얻어맞을 수밖에 없죠.

그러면 중국 증시가 개장하면 어떻게 되느냐. CSI300지수라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주 300종목으로 구성된 지순데요.

이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가 하루 동안 1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인 것을 감안해도 낙폭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앵커>

연휴 동안 시장에 반영되지 못한 하락세가 점점 더 번질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데요.

특히 홍콩 같은 경우는 중화권 시장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 만큼 파장이 상당할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게다가 홍콩은 주식 외에도 지수를 추종하는 파생상품, 특히 ELS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연휴 이전에도 이미 미중 무역분쟁, 중국 당국과 시위대의 충돌, 신용등급 하향조정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높아졌는데요.

ELS의 특성상 기초자산인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원금을 까먹게 됩니다.

최근 출시된 상품들의 낙인 배리어를 살펴보면 40%대까지 낮아졌는데요.

쉽게 말해 가입 가격의 60% 이상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그런데 아무리 지수가 하락해도 단기간에 그렇게까지 떨어지긴 힘들지 않나요?

<기자>

물론 당장 지수가 반토막나지 않는 한 걱정이 없는 것 같죠.

그런데 ELS는 보통 3년 만기에 3개월에서 6개월 간격으로 조기상환을 위한 평가가 이뤄집니다.

조기상환 기준에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상환이 연기됩니다.

올해 홍콩H지수가 1만1,502.47까지 올랐었거든요. 만일 이 시기에 해당지수를 추종하는 ELS에 투자했다고 가정한다면,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H지수는 벌써 고점 대비 4% 이상 떨어졌고요.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개장 이후 H지수가 1만500포인트 이하니까 또 4% 이상 하락하는 셈이 되죠?

여기서 다음날 2% 정도만 더 하락해도 통상 6개월 안에 조기상환 받을 수 있는 조건인 최초기준가격의 90%를 밑돌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상환이 미뤄진다면 최악의 경우 만기 때 낙인 배리어에 진입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가 없는 거죠.

<앵커>

너무 비관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아요.

사실 과거 사스나 신종플루 사태 당시를 돌이켜보면 주가가 계속 하락하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요?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기자>

사스와 신종플루가 약간 다릅니다.

지난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붕괴됐던 기업이익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했고요.

그래서 피해가 가장 컸던 멕시코 증시는 오히려 의미있는 조정을 겪지 않았습니다.

범유행 전염병이 주가에 유의미한 조정을 만든 사례는 사실상 사스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이 사스도 감염자 수가 2003년 3월 26일 처음 발표된 이후 5월 초까지 급등했지만, 주가는 대부분 3월 말~4월 중에 바닥을 쳤습니다.

즉, 확산 속도가 정점을 찍기 전에 주가는 저점을 확인하고, 시차를 두고 관련 영향이 약화되는 과정에서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에 수렴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특히나 글로벌 증시를 이끈 IT발 모멘텀이 쉽게 훼손되진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벌써 인텔이나 넷플릭스, 애플을 비롯한 미국 기술주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요.

이번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IT주도주들의 실적 발표가 차례로 예정된 만큼 증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한국경제TV 핫뉴스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