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남보원, `원맨쇼 대부`의 57년 발자취

21일 세상을 떠난 원로 코미디언 남보원에게는 전쟁을 겪은 세대만이 알 수 있는 전투기 엔진소리부터 이륙 모사음, 출항하는 뱃고동, 기차의 기적소리를 비롯해 새 같은 동물, 그리고 폭격기 같은 기계까지 모든 걸 그대로 복사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엄용수 한국코미디언협회장에 따르면 "전수가 불가능한" 재능이었다.

남보원은 북한 평안남도 순천 출생으로, 1963년 데뷔 후 무대와 TV를 가리지 않고 모든 무대에서 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원맨쇼 쌍두마차`로 불리는 고(故) 백남봉(2010년 별세)과 오랜 전성기를 누렸다.

고인 스스로도 성대모사 능력에 큰 자부심을 가졌다.

그는 2018년 출연한 KBS 1TV `아침마당`에서 "성대모사 한 100개 정도는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당시 옆에 있던 김학래가 "그냥 건드려도 툭 튀어나온다"고 놀라워하자 남보원은 바로 색소폰, 뱃고동, 갈매기 소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열 살 때 개천에서 들은 일본 천황의 항복 목소리 흉내, 부산 피난 시절 미군 부대에서 하우스 보이를 할 시절 배운 루이 암스트롱 메들리 등은 그가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고인은 뛰어난 능력으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대를 받은 적도 있다.

남보원은 지난달 출연한 OBS `독특한 연예뉴스`에서 "한번은 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초대를 한번 받았었다. 본인의 성대모사를 해 보라고 하길래 성대모사를 한 후 막걸리도 받아 마시고 파티에도 참석했던 예가 하나 있다"고 기억했다.

고인의 자타공인 원맨쇼 능력은 타고난 재능만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는 `소리를 들으면 다 따라 할 수 있냐`는 물음에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전부터 종종 감기를 앓으면서도 조금만 회복되면 바로 행사 무대에 서곤 했던 고인은 언제든 멈추지 않고 관객을 웃겨주는 에너지를 발산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나 영원한 라이벌이자 동지였던 백남봉을 이야기할 때면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2010년 7월 평생의 동지 백남봉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사흘 내내 빈소를 찾아 눈물을 보이며 "생전 함께했던 `투맨쇼`를 하늘에서 만나 다시 하자"고 슬픔을 달랬다.

자신의 매니저이기도 했던 부인 주길자 씨에게는 한결같은 애정을 드러냈다. 2018년 KBS 2TV 추석특집 `불후의 명곡`에 아내와 함께 출연해 찰떡 호흡을 자랑한 그는 같은 해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아내와 43세에 얻은 늦둥이 딸을 소개, "내 인생에는 두 명의 여자가 있다"고 했다.
故 남보원, `원맨쇼 대부`의 57년 발자취

고(故) 남보원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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