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범 EY한영 파트너.

기획재정부는 2019년 세법개정의 후속 조치로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기술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2020년 1월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비가 세액 공제되는 신성장동력·원천기술 대상에 첨단 소재·부품·장비 분야가 신설됐고 대상기술은 173개에서 223개로 확대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말 가진 송년간담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100대 핵심 소재·부품·장비 품목은 사실상 모두 신성장동력·원천기술에 포함되며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은 세액공제를 적용 받기 때문에 유망한 소재·부품·장비 관련 R&D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 기술 확대를 통해 해당 분야 연구개발이 촉진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의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 확대 추진에도 불구하고, 기업쪽에서는 정부 정책으로 인한 실익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율주행 관련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A사의 경우, 신성장동력·원천기술 대상기술인 '자율 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액공제는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가 아닌 일반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기업 실무상 자율주행 전담 부서 인원이라 해도 10% 미만의 적은 비중이나마 가끔씩은 일반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는 관련 세법 규정에 '전담'이라는 용어가 있기 때문에 해당 연구 인원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는지, 또 향후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일반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는 그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조특법 시행령 제9조 및 시행규칙 제7조에서는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를 전담하는 전담부서가 있어야 하며, 연구원의 경우에는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 업무에만 종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담이라는 문언으로 인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 및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의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과세당국 입장에서 보자면 조세특례제도 악용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조세특례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정부가 신성장동력·원천기술을 적극 지원하고자 마련한 조세특례제한 제도가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의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의지를 북돋우며, 보다 정교하고 공정한 세제 혜택을 위해 연구원들의 업무 기여도를 반영해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과 일반 연구 및 인력개발을 구별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향후 세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제도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세액공제를 적용 받으려는 자에 대한 조건을 2가지로 가져가는 안이다.

우선, 1) 신성장동력·원천기술에 100% 전담부서 및 전담 연구원을 두는 기업의 경우에는 기존 규정을 적용한다. 2) 신성장동력·원천기술을 100% 전담하지는 않으나 일정 비율 이상(80% 이상)을 전담하는 부서 및 연구원을 두는 기업의 경우, 연구원들의 업무 시간 및 업무 활동을 전산화 및 데이터베이스(Database)화 할 수 있는 ERP 장비 또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의무화해 세무신고 시 이를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전체 인건비 중 신성장동력·원천기술에 해당하는 비율만을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대부분의 중견 및 중소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 등으로 인해 업무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프로젝트별로 시간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이미 갖추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투자없이 동 항목을 무리없이 적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모쪼록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요구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법 적용에 있어서도 이를 반영해 입법 취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조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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