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서 투하한 핵폭탄이 폭발한 뒤 약 1시간이 지나 버섯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
미군이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서 투하한 핵폭탄이 폭발한 뒤 약 1시간이 지나 버섯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
2019년은 역대 두 번째로 무더운 해였다. 최근 나온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바다는 매 초마다 원자폭탄이 5개씩 터지는 수준으로 덥혀지고 있다.

청리징 국제기후환경과학센터(ICCES) 연구원 등 14명의 기후과학자가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 '기록적인 해양 온난화가 2019년에도 지속됐다(Record-Setting Ocean Warmth Continued in 2019)'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바다의 평균 온도는 1981~2010년의 평균보다 0.075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0.075도가 그리 큰 숫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구 상의 엄청난 물의 양을 생각하면 온도를 이 정도 올리는 데에도 상상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구 바다를 0.075도 올리는 데 드는 에너지는 2280해(垓) 줄(Joule)에 달한다. 1해는 억, 조, 경 다음의 단위로, 1억에 1억을 곱한 다음 다시 1000만을 곱한 수다. 줄은 에너지의 단위로, 1L의 물을 24도 데우려면 1만줄이 들어간다.

2280해 줄을 쉽게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 에너지를 미국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렸던 원자폭탄과 비교했다. 당시 핵폭탄이 폭발하면서 발산한 에너지는 63조 줄 정도였다.

청리징 연구원은 "지난 25년 간 지구의 바다에 투입된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36억개 터뜨린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이는 25년 동안 매 초마다 원자폭탄 4개분의 에너지가 바다에 공급된 것과 비슷하다.

청 연구원은 "심각한 것은 바다를 덥히는 열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초당 핵폭탄 5개씩 터뜨리는 수준으로 바다가 뜨거워졌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구의 모든 사람이 바다를 향해 헤어드라이어 100개씩을 틀어놓은 것과도 같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빨리 녹고 해수면은 올라간다. 돌고래 등 많은 해양생물들이 뜨거운 바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바닷물이 더 빨리 증발하면서 지구의 대기도 예전과는 다른 이상기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논문은 과학 저널 대기 과학의 발전(Advances in Atmospheric Sciences)에 실렸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도 높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가장 더웠던 해는 엘니뇨가 기승을 부렸던 2016년이었다.

이 같은 추세는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계속될 것으로 WMO는 예상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이번 세기 말에는 기온이 3∼5도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