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0113 월요일>

격동의 2020년초 글로벌 유가, 미국 vs 이란

글로벌 원유시장은 페르시아만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높은 변동성과 함께 2020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친이란 민병대와 미국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기 시작했죠. 이 갈등은 미국 도급업자의 사망과 폭탄 테러, 미 대사관 공격, 또한 이란의 군사 지도자 살해 사건을 거치며 급격하게 악화됐는데요. 이러한 사태에 대한 원유시장의 반응에서 알 수 있는 주요 이슈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란이 이라크 북부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 2곳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8일 아시아와 유럽 시장의 유가가 4% 가량 상승했습니다. WTI는 지난 4월 이후 최고가인 배럴당 65 달러 이상, 브렌트유는 4개월만에 최고치 71 달러 이상까지 올라갔죠. 하지만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문제도 없다!`는 트윗을 올리자 유가는 다시 하락했습니다. 시장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워싱턴 시간으로 8일 정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긴장이 완화되었다고 시사하면서 WTI는 오후 중 5% 가까이 하락 했고, 주간 단위로 보면 WTI는 6.4% 하락하여 6월 30일 이후 최대의 주간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장은 이란이 군사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에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보지 않았죠.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뒤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9월 사우디 아람코의 원유 시설이 피습당한 뒤, 시장은 이미 수백만 배럴의 원유 공급에 상당 시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의 기대 값을 유가에 반영한 상태입니다. 전쟁이나 그와 비슷하게 원유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은거죠. 그러나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고 주장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습니다. 과거 중동에서 있었던 위기와 현재 사태를 비교하며 당시와 비슷한 반응을 예상하는건데요.

하지만 1990년이나 2003년과 지금의 수급 펀더멘털에는 차이가 있고, 따라서 이 비교에도 오류가 있습니다. 걸프 전쟁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 유가는 크게 상승했고 수준을 유지했죠. 미국은 지난 10년 사이에 이뤄낸 원유와 가스 업계의 눈부신 발전으로 1960년대와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 안보를 누리고 있으며 중동과 무관한 원유 공급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오늘날, 시장은 펀더멘털하게 공급 과잉 상태이며, OECD 국가의 재고는 매우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조만간 미중 1단계 무역협상 서명이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세계 경제 전망이 여전히 부진하고, 2020년 원유 수요 또한 거의 성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 위험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이라크 산유량에는 실질적인 위협이 남아있습니다. 이라크의 원유 산업은 북부와 서부 지역에 퍼져있죠. 쿠르드 자치 정부가 터키의 세이한(Ceyhan) 항구를 통해 원유를 일부 수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원유는 페르시아만의 바스라(Basra) 항구를 통해 수출됩니다.

이란의 이라크 내정 간섭과 관련된 정치적 긴장 상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며, 이라크의 원유 생산과 운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여전한데요. 이라크의 유전과 수출 터미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거나, 운영이 전면 중단된다고 해도 원유 공급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만큼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 수준은 또 아닙니다. 이라크는 전세계에서 수요가 강한 중유를 수출하며,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이죠. 최근 증산을 생각한다면 4번째로 큰 수출국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사태로 유전과 수출 터미널에 영향이 간다면 세계 원유 공급 역시 흔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인베스팅닷컴 김수현 콘텐츠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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