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솔레이마니, 워싱턴 노렸다"…이란 "피의 보복"
미국 당국은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 배경과 관련,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지역 내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한 `임박한 위협`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솔레이마니가 워싱턴 DC에 대한 공격을 기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미 당국은 이번 작전 수행과 관련, 정보의 정확성도 강조했다.

미 당국이 밝힌 대로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까지 노렸던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이번 제거 작전은 미국의 심장부를 겨눈 테러 기도에 대한 `응징`이자, 동시에 곧 실행될 테러를 미연에 막기 위한 선제공격 차원이었다는 설명이 된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는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비행기로 뉴욕 맨해튼의 옛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을 들이받는 테러로 약 3천명의 목숨이 희생된 2001년 9·11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이 `가혹한 보복`을 예고, 미·이란 간 충돌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사살이 미국민 보호를 위한 `정당방위`였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워 그 정당성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솔레이마니는 미국 외교관과 군 요원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를 현장에서 잡아 끝을 냈다"면서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중단을 위한 것"이었다며 방어 차원의 조치였음을 역설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CNN방송 및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솔레이마니)는 그가 말한 대로 행동, 큰 행동을 취하려고 그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며 "이는 수백명은 아니더라도 미국인 수십명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이곳 미국에서의 위험 또한 실재하는 것"이라며 "솔레이마니는 (레바논) 베이루트 폭격에 연루됐으며, 그다지 오래전이지 않은 시점에 바로 이곳 워싱턴에서 공격을 조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성공하지 못했다. 궁극적으로 실패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그였다.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쁜 행위자"라며 그를 제거한 것이 곧 닥칠 공격에 대한 억지 차원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일련의 과정이 정보기관에 근거한 평가에 따라 추진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이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솔레이마니가 수일, 수주, 수개월 내에 미국을 겨냥한 심대한 폭력의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설득력 있는 정보 및 분명하고 명백한 증거가 있었다고 밝혔다고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다만 미측은 구체적 증거에 대해서는 부연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나 "솔레이마니는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 그리고 그 외 중동 지역 내 미 외교관 및 병력에 대해 임박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이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였다"라며 "미국은 공격에 처할 경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내재된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美 "솔레이마니, 워싱턴 노렸다"…이란 "피의 보복"
그러나 이란 측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살해를 `테러행위`로 규정하며 보복을 예고하고 나섰다.

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산하 기구인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3일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은 솔레이마니 장군에 대한 테러가 중동에서 저지른 최대의 전략적 실수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며 "이번 오산에 따른 결과에서 쉽고 고통없이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NSC는 "최고지도자의 말씀대로 솔레이마니 장군이 고귀한 순교의 피를 흘리도록 한 범죄자들에게 거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라며 "범죄자들은 적시, 적소에서 그의 피에 대해 가장 강력한 최고의 응징을 맛보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미국이 저지른 이번 암살은 솔레이마니 장군이 다에시(이슬람국가)와 타크피리(알카에다와 같은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테러분자에 맞서 위대하게 싸우자 이를 보복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불량배와 같은 모험주의의 모든 결과를 고스란히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선언한다"라며 "SNSC는 그들의 테러 행위의 여러 측면을 검토한 뒤 적절한 조처를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SNSC는 보도자료 말미에 "적을 쫓을 때 흔들리지 말라. 네가 고통받는다면 적들도 그대로 고통받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그들은 구할 수 없는 것을 신에게 구하라"라는 쿠란(이슬람 경전) 구절을 덧붙였다.
美 "솔레이마니, 워싱턴 노렸다"…이란 "피의 보복"
한편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뉴욕은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현재 잠재적으로, 과거에 직면했던 그 어떤 위협과는 다르고 큰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뉴욕경찰(NYPD)이 시의 주요 시설 등에 대한 보안 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솔레이마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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