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 국제부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를 기억하시나요. 한때 월스트리트의 5대 IB 중 하나로 꼽혔던 이 은행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를 촉발한 장본인입니다. 이후 JP모간에 의해 흡수 합병됐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어스턴스 주식 투자자들은 11년 6개월 만에 드디어 투자 본전을 찾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언급하는 주식 투자자들은 2008년 3월 JP모간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기 직전에 단기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했던 단기 투자자들을 의미합니다.

당시 월가엔 파산 위기에 놓인 베어스턴스 주식을 사려는 단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향후 베어스턴스가 어딘가에 팔리면 짧은 시간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JP모간이 인수에 나섰지만 합병 조건은 단기 투자자들의 기대와 크게 달랐던 것입니다. 베어스턴스 1주는 JP모간 0.21753주에 불과했습니다. JP모간의 주가가 지난 11년간 3배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에야 겨우 본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베어스턴스 주식에 투자했던 전문투자자 스테판 베어스 씨는 WSJ에 "본전을 찾는데 4209일밖에 안 걸렸다"고 표현했습니다. 이어 "나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고 했다"며 "앞으로 떨어지는 칼날이 얼마나 위험한지 계속 되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마음 고생한 게 느껴지는 표현이죠.

WSJ는 베어스턴스 사례에 대해 '돈을 버는 건 오래 걸리지만 잃는 건 금방'이라는 월가의 격언에 딱 들어맞는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마저도 JP모간의 급등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입니다. JP모간은 올 들어 40% 이상 주가가 올랐습니다. 경쟁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보다 시총이 3분의 1 이상 커졌습니다.


JP모간 역시 베어스턴스 인수를 성공적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게 WSJ의 평가입니다. JP모간은 베어스턴스의 부실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썼습니다. 대다수 베어스턴스 직원들도 회사를 떠났죠.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다시는 그런 거래를 하고 싶지 않다"고 평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JP모간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덕분에 IB부문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성장했다고 얘기합니다.

이제야 본전을 찾은 베어스 씨는 베어스턴스 주식을 팔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손주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들려줄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끝)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