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들 주변에 쳐진 세무대리 제한 울타리는 어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을까.

변호사시험(2004년∼2017년)에 합격해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받은 이들에게 실무교육을 전제로 세무업무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정부입법 안)의 국회 제출 이후 회계장부작성(기장)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제한하는 내용의 의원입법안이 추가로 발의됐다.

발의자는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조세소위원장).

정부안을 재설계, 세무사회 요구사항을 온전히 반영한 김 의원의 입법안 제출로 세무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국회 논의 '물꼬'가 급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안 보다 더 급진적인 내용의 입법안이 제출되면서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출된 세무사법 개정안은 정부안이 명시하고 있는 '실무교육 이수 조항'을 삭제, 변호사들이 자유롭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무대리' 둘러싼 갈등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현행 세무사법에 따르면 사법시험(로스쿨 포함)에 합격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2004년∼2017년)에게 세무사 자격은 자동부여하지만 세무대리 업무는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등록제한).

하지만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법적 규제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 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2015헌가19)을 내리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헌재는 2019년 말까지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맞도록 정부에 법 개정을 권고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세무사회 등 유관기관의 입장을 반영한 개편안(회계장부 작성, 성실신고 확인 제외)을 내놨지만 법무부가 돌연 부처(법무부·기재부) 간 '협의불충분'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법 개정이 보류됐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일정 교육과 평가를 전제로 세무대리 업무를 전면 허용하는 개정안을 재입안했다. 이 개정안은 국무조정실의 중재하에 기재부와 법무부가 한 발씩 양보, 합의를 이끌어 낸 '타협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정부안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격화됐다.

최대 먹거리 시장을 위협받을 위기에 놓인 세무사업계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미 버스(개정안 국회 제출)가 떠나버리자, 세무사회는 대국회 설득을 통해 우호적 내용의 의원입법안(김정우 의원안)을 이끌어 냈지만 변호사 업계에 더 유리한 내용의 의원입법안(이철희 의원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세무사법 개정안 시계는 그야말로 '안개' 속에 가려진 형국이 됐다.

변호사 vs 세무사, '국회'는 누구의 손 들어줄까

워낙 첨예한 입장차가 존재하고 있어 세무사법 개정안의 향방이 어떻게 결정될지 현재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확실한 한 가지는 변호사들에 대해 세무사 등록을 막고 있는 현행법은 어떻게든 올해 말까지 고쳐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헌재가 요구한 제도개편 시한이 올해 말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정우 의원(이하 김 의원안)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정부안·이철희 의원안(이하 이 의원안)과 상충되는 부분이 크다. 정부 입장에서는 법무부와 타협을 통해 만든 개정안이기 때문에 조세소위원회(11월11일 ~ ) 등 논의 과정에서 김 의원안에 긍정적 의견을 내기 애매한 상황이다.

세무사회 입장에서는 해당 입법안을 1차 논의할 조세소위원회에서 김 의원안을 관철시키는 것이 필수. 다만 조세소위원회 결정 방식이 표결이 아닌 '합의 방식'이기 때문에 13명 위원 중 1명의 위원이라도 세무사회 입장과 엇박자 행보를 보일 경우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일사천리로 정부안대로 세무사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말그대로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결과'가 빚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김 의원안에 13명 조세소위원 중 9명이 공동서명을 했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조세소위원 중에는 변호사 업계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무게를 둘 수 있는 율사(律士) 출신 권성동·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속해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조세소위원회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기재위 통과라는 성과물을 만들어내는데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 중론. 문제는 개정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리는 일이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등 법제사법위원회 벽을 넘지 못해 국회 통과에 실패한 전력은 무수히 많다. 세무사 업계의 대국회 설득이 기재위로 몰린다면, 변호사 업계의 대응력은 본회의 표결 처리 직전 단계인 법사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현재 18명 위원 중 절반인 9명이 변호사 출신이다. 특히 정부안 보다 급진적인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철희 의원은 변호사 출신도 아니다. 기재위에서 김 의원안으로 통과되더라도 세무사 업계 입장에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제도개편 시한이 두 달여 밖에 남아있지 않은 촉박한 상황에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라는 점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역단체 이권다툼에 국회가 끼어 분란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비춰질 경우 향후 정치행보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국회의원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세무사법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세무사회, 변호사협회 양측 의견을 모두 듣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안에 이어 의원입법안이 발의된 만큼 앞으로 조세소위 과정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변호사협회와 세무사회의 직역갈등에 국회의원들이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 한다"면서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되어 있어 특정 단체에 유리한 편향된 입장만을 담은 의견을 내기에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세일보 / 염정우 기자 taxman@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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