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영화 '이너스페이스'에서 나노 크기로 축소된 잠수정이 인체 내에 주사 되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 계획은 실험용 토끼에 주사해 암세포나 바이러스를 없애는 실험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노기술을 빼앗고자 하는 악당이 침입하는 바람에, 엉뚱하게 주인공에게 주사기가 꽂혀 버린다. 나노잠수정은 주인공의 혈관을 타고 머리까지 가 시각세포와 청각세포 속에 케이블을 꽂는다.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된 나노잠수정과 주인공은 서로 협력해 악당과 싸운다.

이런 영화 속에서 보던 나노기술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전 세계에서 암세포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나노로봇을 현실화 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인공지능 발달의 한계를 인공신경망과 반도체 혁신으로 뛰어 넘었듯이, 나노로봇 발달의 장애물도 나노생체공학과 나노반도체 혁신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 문제의 핵심은 반도체 회로 사이에서 원자가 사라지게 만드는 '양자역학'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 인가에 있다.

이 자연의 법칙을 이겨내고 어떻게 더 작으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기술개발의 핵심이다. 이 나노혁신을 이끌 삼성전자는 머리카락보다 십만 배 작은 '3나노미터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위에 세운 '다층교각'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와 현재를 알아야 하듯이, 반도체 기본 구조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이해한다면 미래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각 세대별 반도체 설명. 1세대 MOSFET, 2세대 FinFET, 3세대 GAA(MBCFET) 구조.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1세대 MOSFET(모스펫, = Planar FET)

◆…1세대 MOSFET(=Planar FET) 구조.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위 그림에서 1세대를 보면, Gate(보라색 게이트)가 Channel(회색 채널) 위를 가로 막고 있다. 자동차는 톨게이트의 허락을 받아야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기도 게이트의 허락을 받아야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가는 채널을 타고 갈 수 있다. 게이트가 허락해주면 그림의 녹색 선이 있는 채널 한 면으로 전기가 지나간다. 전기가 도착점에 도착하면 1, 아니면 0이라는 값이 생긴다.

효율을 위해서 우리 세상은 자동차가 지나갈 고속도로 폭을 넓히거나 제한 속도를 높인다. 반도체 세상은 전기가 지나갈 게이트와 채널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고자 한다. 이것이 '집적도의 핵심'이다. 그 면적을 줄이면 반도체 하나에 더 많은 게이트와 채널을 집어넣을 수 있다. 게이트와 채널이 차지하는 면적과 간격(이하, 게이트 길이)에 따라서 그 집적도를 20나노미터, 5나노미터 공정 등으로 부른다.

'게이트 길이'를 줄이다 보면 출발점과 도착점이 서로 가깝게 된다. 가깝다보면 출발점에 있던 전기가 게이트 허락 없이 도착점에 몰래 도착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이 1편에서 이야기한 터널효과이다. 밤에 끈 형광등에 전기가 조금씩 흘러서 흐릿하게 밝아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반도체 하나엔 회로 수억 개가 있다. 전기가 회로 한 곳에서만 새면 괜찮을지 모르나 수억 곳에서 함께 샌다면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 모스펫 구조에서 게이트 길이가 20~15나노미터로 축소되면 더 이상 새는 전기를 막을 수 없다. 한계점이란 얘기다.

2세대 FinFET(핀펫)

◆…2세대 FinFET 구조.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새는 전기를 막으면서도 게이트 길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개발됐다. 이것을 FinFET(핀펫) 반도체라 한다. 'Fin'은 지느러미이다. 모스펫은 그림 1세대처럼 평면으로 도로를 깔았다. 핀펫은 그림 2세대처럼 도로를 상어 지느러미처럼 옆으로 세웠다. 이 도로가 톨게이트 가운데를 가르고 지나간다.

세 가지 장점이 생겼다. 첫째, 도로를 옆으로 세우면 도로가 차지했던 바닥 면적만큼 반도체 크기를 줄 일 수 있다. 둘째, 도로 앞면 뿐만 아니라 뒷면, 윗면 일부(2세대 그림 녹색선)를 쓸 수 있기에 더 많은 전기를 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스펫에선 톨게이트가 도로 윗면만 통제할 수 있다. 핀펫은 도로가 톨게이트 사이에 들어가므로 톨게이트가 도로 양쪽에서 전기를 더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반도체 크기를 줄여서 집적도를 높이고 동시에 더 낮은 전압을 쓸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에 14나노미터 공정부터 이 방법을 썼다. 그러나 핀펫 역시 4나노미터에선 한계를 드러냈다.

3세대 GAA, MBCFET(엠비씨펫)

◆…3세대 GAA(MBCFET)구조.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4나노미터 이하에선 터널효과로 인해 새는 전기를 통제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이 발명됐다. 위 그림처럼 도로가 톨게이트를 공중에서 꿰뚫고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톨게이트 속을 지나가므로 도로 '모든 면'(그림 녹색선)으로 전기가 지나 갈 수 있다. 동시에 톨게이트가 도로을 지나가는 전기를 '모든 면'에서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 Gate-All-Around(게이트-올-어라운드)라는 이름이 붙는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또 한번 혁신을 일으킨다. 도로 한 개가 아니라 '도로 여러 개'가 톨케이트를 공중에서 꿰뚫고 지나간다. 그래서 기술 이름이 'Multi-Bridge-Channel FET, MBCFET(엠비씨펫)'이다. Multi-Bridge가 여러 개의 다리를 뜻한다. 평범한 GAA보다 더 새는 전기를 줄이고 도로를 더 만들 수 있기에 성능까지 높일 수 있다. 3나노미터 엠비씨펫는 기존 7나노미터 핀펫 공정과 비교했을 때, 성능을 35% 높일 수 있고 면적과 소비전력을 45%와 50% 줄일 수 있다.


조세일보 / 강대경 기자 daegyung@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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