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백마(白馬)가 화제다. 외신들은 그간 주로 중요 결정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백두산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행보의 정치적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백마는 '최고 권위의 상징'이다. 김일성 및 김정일 때도 우상화를 위해 등장했던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것이란 추측성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대신 말(馬) 탄 김정은, 어떤 말(馬)?


그러나 정치 이야기는 뒤로 하고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단연 김 위원장이 탄 백마다. 백두산 설원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백마, 해당 말은 어디서 왔을까? 먼저 품종은 2014년 4월 최재영 목사의 남북사회통합운동 방북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자연스러운 아치형의 긴 목, 넓고 깊은 가슴, 근육질의 잘 솟은 갈비뼈와 길다란 등, 명확하게 정의된 힘줄과 눈에 띄는 관절이 특징인 김 위원장의 백마는 바로 러시아 명마(名馬)로 알려진 '오를로프 트로터(Orlov Trotter)' 품종이다.

줄여서 '올로브 트로터(Orlov Trotter)로 불리는 이 품종은 18세기 러시아 알렉시스 오를로프 백작이 1770년대 말 러시아의 심한 추위를 견디되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러시아 전용 품종 개발을 위해 '스메탄카'라는 이름의 아랍종과 덴마크산 암말을 교배해 만들어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면서 강한 지구력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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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러시아의 명마가 어떻게 해서 북한 최고 권위의 상징이 되었을까? 사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현재 김정은 위원장까지 승마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 시절 좋아했던 운동이 농구와 승마일 정도로 이해가 깊다는 게 정설이다. 이 가운데 승마는 조선인민군 소속 '534기마부대' 훈련장이었던 평양 미림승마구락부를 근로자와 청소년 위주의 대중형 승마장으로 바꿨을 정도로 전문가 수준이다.

평양 미림승마장에 있는 승마박물관은 각종 승마자료와 영상물이 전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즐겨 탔던 애마 '매봉'은 실물 박제 상태로 전시돼 있는데 바로 '매봉'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은 올로브 트로트의 특급 종마였다. 이런 점에 비춰 이때 선물 받은 올로브 트로트를 육종해 김정은 위원장의 백마로 만들었을 것이다.

한 때 평화의 바람이 불었던 남북 관계가 또다시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서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때에 김정은 위원장이 좋아하는 승마를 매개체로 남북간 승마 스포츠 민간 교류를 통해 꽉 막힌 남북 관계를 다시금 뚫어봤으면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송종훈(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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