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두 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더 커진 D의 공포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물가가 두 달 연속 이어졌다. 물가 하락이 장기간 지속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 침체→기업 실적 악화→고용 부진→소득 감소’의 악순환에 빠진다는 점에서 일본식 장기 불황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 동력의 한 축인 수출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0.4% 하락했다고 1일 발표했다.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0’ 아래로 떨어진 지난 8월(-0.04%)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였다. 올해 들어선 매달 0%대에 머물다가 8월부터 바닥이 뚫렸다.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가 국제 유가 하향세와 풍년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맞물린 장기간 물가 하락)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물가 하락세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달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0.6%)도 1999년 9월(0.3%) 후 최저라는 점에서 수요 부진 영향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투자·소비 활성화 등으로 경제 활력을 되살리지 못하면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47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1.7% 감소했다. 작년 12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서민준/조재길 한국경제신문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