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생협 매장의 오픈시간은 10시부터입니다.'
우리말이긴 한데 우리말답지 않다.
어찌 보면 흔한 표현인 듯하지만, 우리말을 비틀어 써서 어색해졌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의'나 '~부터' 함부로 쓰면 글이 어색해져요

집 근처 한 가게 앞에 내걸린 안내 문구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OO생협 매장의 오픈시간은 10시부터입니다.’ 우리말이긴 한데 우리말답지 않다. 어찌 보면 흔한 표현인 듯하지만, 우리말을 비틀어 써서 어색해졌다. 이런 이상한 말들을 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사구 남발하면 문장 흐름 어색해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이 말은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이 눈에 띈다. 우선 단어 사용이 어색하다. ‘오픈시간’이 ‘10시부터’라고 한다. 문 여는 시간이 10시면 10시지, 10시부터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심코 이 ‘부터’라는 조사를 남용한다. “오후 2시부터 학급회의가 열린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짜는 10일부터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OO회장에 취임했다.” 이런 데 쓰인 ‘부터’는 다 어색하다. 오후 2시에 학급회의가 열리는 것이고, 10일 학기가 시작하는 것이다. 회장에 취임한 것 역시 지난해 말이다. 여기에 ‘부터’가 붙을 이유가 없다.

외래어 남발도 거슬린다. 가게를 연다고 할 때 ‘오픈’을 너무 많이 쓴다. 문을 여는 것도 오픈이고, 행사를 시작하는 것도 오픈이다. 가게를 새로 내는 것도 오픈이라고 한다. 하도 많이 쓰여 거의 우리말을 잡아먹을 정도다. 상황에 따라 ‘열다, 시작하다, 선보이다, 생기다, 차리다, 마련하다, 막을 올리다’ 등 섬세하고 다양하게 쓸 우리말 어휘가 얼마든지 있다.

문장 구성상의 오류도 간과할 수 없다. ‘관형어+명사’ 구조의 함정에 빠졌다. ‘매장의 오픈시간’은 매우 어색한 구성이다. ‘오픈시간’을 주어로 잡아 그렇게 됐다. 가게가 주체이므로 ‘매장’을 주어로 삼으면 문장이 탄탄해진다. 종합하면 ‘OO생협 매장은 10시에 문을 엽니다’가 된다. 원래 문장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읽기 편하다. 작은 차이인 듯하지만 이런 것들이 글쓰기, 나아가 우리말을 힘 있고 매끄럽게 이끄는 방법 중 하나다.

‘~출신의 장관’ × → ‘~출신인 장관’ O

글쓰기에서 관형어를 남발하면 당연히 명사구(‘관형어+명사’) 형태의 문구가 늘어난다. 가령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을 설명할 때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 식으로 쓰는 것이다. 대개는 주격이나 부사격으로 써야 할 말을 관형격으로 써서 우리말을 왜곡시킨다. 부사어를 많이 써야 동사/형용사가 살아나고 서술형식이 완성된다. 문장에 운율이 생기면서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예를 몇 개 들어보자.

①대한민국의 압축적인 고도성장을 하는 데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군이~. ②그는 “치솟는 유가가 수익성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③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은 한국 경제의 기회다. ④전남 장성 태생의 김 사장은~.

①에서는 ‘대한민국이 압축적으로 고도성장하다’가 원형문장이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를 ‘-의’로 연결해 표현이 어색해졌다. ②와 ③은 ‘~에 걸림돌이 되다’ ‘~에 기회다’인 문구를 역시 ‘~의 걸림돌’ ‘~의 기회’로 써서 문장 형태를 왜곡시켰다. 부사어를 쓰면 글에 리듬이 생겨 좋다. ④는 ‘김 사장은 장성 태생이다’란 뜻이다. 이를 수식 구조로 바꾸면 ‘장성 태생인 김 사장’이 된다. 무심코 관형격 조사 ‘-의’를 많이 쓰는데, 글자 하나 차이지만 글의 완성도에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그는 의사이다/그는 20세이다’를 명사구 형식으로 바꾸면 ‘의사인 그/20세인 그’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것을 ‘-의’로 연결하지 않는다. 이런 오류는 너무나 흔하다. ‘정치인 출신의 OOO 장관’이라 하지 말고 ‘정치인 출신인 OOO 장관’이라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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