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신 스타 중고차 딜러 이유미씨 인터뷰
-"북한 사람들에게 차를 소유하는 건 꿈 같은 일"
-"한국의 중고차 문화 스스로 자정해야"


"북한 주민들에게 자동차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공산품이에요. 가격도 비쌀뿐더러 돈이 있어도 국가 정책상 사적으로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죠. 훗날 통일이 된다면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의 다양하고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소개하는 게 저의 바람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07년 북에서 남으로 넘어온 이유미 씨는 한 종편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방송인이자 스타 중고차 딜러다. '탈북자', '여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거칠고 치열한 국내 중고차 업계에서 살아남으며 남한에서 남부럽지 않은 삶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人터뷰]"북한 주민에게 차 파는 날 오겠죠?"

그녀는 초창기 대부분의 여성 탈북자처럼 음식점 종업원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2년 지인의 권유로 우연히 현대차 대리점에서 영업을 한 경험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 이유미 씨는 "처음 자동차를 판매한 이후부터 자동차의 매력에 점점 빠졌다"며 "나름의 준수한 판매 실적도 기록하며 적응했지만 더 많고 다양한 차를 다루고 싶어 중고차 딜러를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중고차 판매업은 그에게 녹록치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남한에 특별한 인맥이 없어 초반에는 전단지와 명함만 들고 무작정 영업 전선에 뛰어들며 실적을 쌓아갔다. 여성이라는 편견,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본인만의 정직한 영업을 이어갔다. 그러자 이제는 고객의 80%가 남한 사람일 정도로 중고차 시장에서 그에 대한 평판과 신뢰는 탄탄하다.

하지만 영업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보다 애를 먹었던 것은 중고차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과 '품질'에 대한 지식이었다. 이는 중고차 시장에 넓게 퍼져 있는 '불신' 풍조 탓이다. 결국 그는는 중고차 성능점검장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배웠다. 덕분에 신뢰가 생명인 중고차 업계에서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고 생존 비결을 털어놨다.

그가 지난 7년 간 판매한 중고차는 1,200대가 훌쩍 넘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의미를 두는 것은 현재 일하는 인천 엠파크 2,400명의 딜러 중 단 20명만 해당되는 '인증딜러'라는 사실이다. 7년 동안 단 한 건의 클레임도 없고, 준수한 실적에 전문 역량을 위한 필기시험과 세 차례에 달하는 심층 면접을 통과해 얻은 '인증' 자격이 자부심이다. 통과 자체가 어렵기도 해서 20명 중에 여성은 이유미 씨를 포함해 단 4명에 불과하다.
[人터뷰]"북한 주민에게 차 파는 날 오겠죠?"

물론 그도 중고차의 정보 비대칭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허위 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일부 딜러도 여전하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중고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욕망'도 문제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싸고 좋은 차를 사려는 욕망이 허위 매물의 피해자를 양산하는데, 시세만 조회해도 가격이 터무니 없이 낮은 중고차는 하자가 있다는 걸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중고차 시장이 보다 성숙해지려면 딜러들 스스로도 역량과 신뢰감을 높일 수 있도록 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에게 다양하고 좋은 품질의 중고차를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감히 소유할 수 없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내 차'의 꿈을 직접 실현 시켜주겠다는 것. 그녀는 "북한 주민들도 자동차에 대한 욕구가 있지만 아직은 상상속에서만 소유하는 만큼 그 꿈을 제가 이뤄드린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