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말 홍콩 시위 앞두고 주둔군 교체...괴한 피습 `일촉즉발`
(홍콩으로 진입하는 홍콩 주둔 부대)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다시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군 당국이 이번 주말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부대를 교체했다.

29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이날 새벽부터 홍콩 주둔군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중국 군 당국은 이번 교체가 매년 이뤄지는 절차로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 군 주둔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새벽에 시작된 주둔군 교체가 선전(深천<土+川>)과 홍콩 접경의 여러 통로를 통해 신속하게 이뤄져 이날 오전까지 모두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선전과 홍콩 접경인 황강(皇崗) 검문소를 통해 중국군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홍콩으로 진입하는 사진을 보도하면서, 이번이 22번째 교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군의 홍콩 이동 모습을 목격한 일부 누리꾼이 관련 글을 사회관계망(SNS) 등에 올리면서 중국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군을 투입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중국 군 당국도 이런 시선을 의식해 인적이 드문 새벽에 주둔군 교체를 하고,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군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새벽에 인민해방군이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유포되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무력 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미국의 홍콩 시위 개입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9일 논평(論評)에서 "미국이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미국은 폭력적인 시위대의 배후에서 색깔 혁명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논평(論評)에서 "홍콩 시위대의 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모두 부모와 교사의 책임"이라며 "시위 참여 미성년자들은 자신들이 외치는 구호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세뇌를 당해 폭력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中, 주말 홍콩 시위 앞두고 주둔군 교체...괴한 피습 `일촉즉발`
(홍콩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 대표)

이런 가운데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의 대표는 괴한에 피습돼 `백색테러`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오는 31일 오후 3시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시위를 모두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모인 송환법 반대 집회,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모인 도심 시위, 이달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빅토리아 공원 집회 등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단체이다.

특히 31일은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이날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주권 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14년 8월 31일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이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31일 시위에서는 차터가든 집회 후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홍콩 경찰은 집회 불허 통지서에서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집회와 행진이 시위대, 경찰, 기자, 시민 등의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22번에 달하며, 이 가운데 7번은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했다"고 밝혔다.

이어 "31일 집회와 행진은 정부청사, 대법원, 경찰본부, 중련판 등의 건물과 가까워 위험이 매우 크다"며 "시위대 중 일부가 행진 경로에서 벗어나 이들 건물을 향해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천쯔제·岑子杰) 대표는 "경찰의 시위 금지 조치는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캐리 람 정부는 홍콩을 심연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SCMP는 "31일 시위의 상징적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이날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조치는 더 큰 혼란과 소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무렵 홍콩 조단 지역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가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들고 복면을 쓴 괴한 2명의 습격을 받았다.

다행히 곁에 있던 동료가 재빨리 막아선 덕분에 부상은 면했으나, 이 동료는 왼쪽 팔을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지역을 수색했으나, 범인들을 체포하지는 못했다.

샴 대표를 습격한 괴한 2명은 중국인이 아니었으나, 이번 사건이 친중파 진영의 사주를 받은 `백색테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날 샴 대표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반대해 집회를 개최한 친중파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조단 지역에 왔다고 SCMP는 전했다.

31일 시위에 이어 9월에는 총파업과 동맹휴학이 예고돼 홍콩 시위가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정부가 31일까지 시위대가 요구하는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2일과 3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中, 주말 홍콩 시위 앞두고 주둔군 교체...괴한 피습 `일촉즉발`
(홍콩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한국경제TV 핫뉴스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