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란 한마디로 말하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은 단순 인터넷 기술을 넘어 모바일 기술과 사물 인터넷 기술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와 함께 동영상 스트리밍, 클라우드 서비스,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공유경제 등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서비스를 통한 데이터 이동의 급속한 증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생산, 유통, 소비라는 경제의 전 과정에 혁명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와 함께 국제통상 규범과 국제조세 기준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가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지난 1월1일부터 소급 적용하도록 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한 관세보복 조치를 취하기 위해 미 무역법 301조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뉴스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프랑스를 포함해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하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이 세금을 OECD에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도출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하는 주된 목적이 그 자체로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것보다 현재 OECD에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하에서의 조세문제'가 2020년까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미국이 협조하라는 압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 반발로 완성본 내지 못했던 'BEPS 프로젝트 Action 1'

그렇다면 이처럼 유럽국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OECD에서의 디지털 경제 관련 조세 문제 논의 배경과 그 주요 쟁점은 무엇일까?

2012년 G20 재무장관회의 및 정상회의 이래 '세원잠식과 과세소득 이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 방지 프로젝트가 이들 회의의 주요의제가 되어왔다.

이는 최근 BEPS 이슈가 국제적으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BEPS 프로젝트의 첫 성과는 2015년에 마무리한 15개 Action Plan들에 대한 보고서 발간이었는데, Action Plan 중 첫 번째 항목이 '디지털 경제하에서의 각종 조세문제 해결'이었음을 감안할 때 적어도 BEPS 프로젝트 추진 초기 이 이슈가 다른 어떤 이슈보다도 BEPS 프로젝트 참가국들의 주된 관심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2015년 11월 BEPS Action Plan 최종보고서가 발간되었을 때에는 다른 Action item의 보고서에는 많은 권고사항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디지털 경제하의 조세문제를 다룬 Action 1의 보고서에서는 특별한 권고사항이 제시되어 있지 않고 단지 2020년에 추가적으로 보고서를 발표한다는 언급만 포함되어 있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Action 1의 보고서에서 제기되는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으로 논의가 되었던 대안들이 '고정사업장의 개념 확대'와 같은 과세권 배분에 대한 국세조세 기본원칙을 재편하는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었는바, 미국 측의 완강한 반대로 이에 대한 의미 있는 국제적 과세기준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OECD를 통한 국제적 과세기준의 변경이 어렵게 되자, 이에 실망한 국가들이 일방적인(unilateral) 조치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가령, 2015~2016년 기간 중에 발표된 영국과 호주의 우회수익세(Diverted Profit Tax) 도입과 인도의 균형부담금(Equalization Levy) 도입이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주요국들 디지털 비즈니스 과세권 확보 움직임 본격화

또 2017년 9월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EU에 균등세(equalisation tax)를 도입하자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잠정적 과세제도의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영국도 EU에서는 탈퇴할 것을 이미 선언한 바 있으나 이 문제에 관해서는 EU와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을 거시적으로 조망해 보면, 디지털 비즈니스를 주로 영위하는 기업들의 거주지국인 미국에 대해 이들 기업들의 소득발생국(즉 원천지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주요국가(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태리 등)들이 자신들의 과세권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생각컨대 디지털 기업들이 창출하는 막대한 규모의 수익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수익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은 정치·경제학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프랑스, 영국 등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미국 반응은?

2018년 3월 EU는 '디지털 경제하의 조세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EU 차원에서의 디지털서비스세 추진을 공식화했고 이러한 업무추진의 중심국가인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등은 자국법령을 개정해 EU 차원의 제도 도입이 실패하는 경우 각국이 디지털서비스세를 일방적으로 도입할 것을 천명했다.

영국도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에 동조해 해당 2020년에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자 OECD 사무국은 그 동안 풀지 못한 숙제인 '디지털 경제하의 조세문제'와 관련해 이제 유럽과 미국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OECD는 2020년에 'BEPS Action 1 추가 보고서'를 발간할 때 BEPS 포괄적 이행체제의 참여국이 합의하는 '디지털 경제 관련 조세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하에 OECD는 2018년 3월 'Tax Challenges Arising from Digitalisation – Interim Report 2018'이라는 제목의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2018년 하반기부터 Task Force를 구성한 뒤 이 분야의 논의를 본격화했다. 급기야 미국과 EU측이 서로 타협할 가능성이 있는 과세권 재배분에 대한 대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디지털 경제하의 조세문제'에 대한 타협안을 2020년까지 도출하지 않는 경우 미국의 주요 디지털 기업들이 전 세계 각국의 산발적인 디지털서비스세 또는 우회수익세와 같은 일방적(unilateral) 과세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마케팅 무형자산 (Marketing Intangible)이 있는 경우 추가적인 과세권을 인정하는 대안을 제시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OECD는 관련 대안들의 내용들이 포함된 문서를 2019년 1월 정책자료(Policy Note)의 형태로, 2월에는 그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한 공공협의문서(Public Consultation Document)형태로 발표했다.

그 후 OECD 사무국은 2019년 3월 파리에서 대규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 및 기타 서면으로 수령한 수천 페이지 분량의 건의서를 등을 토대로 지난 5월말에는 세부 작업계획(Program of Work)까지 만들어 그 내용에 대해 G20은 물론 BEPS 포괄적 이행체제에 참여하는 전 세계의 129개 국가의 승인을 얻게 되었다.

OECD 사무국의 전망에 따르면, 2020년까지 잔여 쟁점에 대해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년 1월까지 새로운 과세기준의 개요에 대한 합의가 적어도 주요국가들 사이에서는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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