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창업주가 자식들에게 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발생하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이 최근 발표됐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획기적 수준의 상속세 부담 완화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큰 소리 치던 정부가 시장의 기대만 잔뜩 키워놓고 그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재계는 물론 상당수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상속세제 개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나치게 높은 최고세율(50%)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메인메뉴'로 부각되어 있는 모습이지만 이와 더불어 '최대주주 할증평가 과세' 폐지 주장도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가치 실현도 안됐는데... 시가 대비 고평가되는 최대주주 주식 왜?

최대주주 할증평가 과세(이하 할증과세)는 주식을 상속할 경우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 지분율과 기업 규모(대기업-중소기업)에 따라 주식 가액에 일정 비율을 가산(할증)해 상속가액을 산정하고, 세율 또한 기본 세율에 일정 비율을 더해 과세하는 제도다.

현재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지만 할증과세가 적용되면 세율은 최대 65%까지 치솟게 된다.

특히 주식 상속의 경우 시가 반영률(과표현실화율)이 사실상 100%이기 때문에 시세보다 더 가격을 높게 잡아 과세하면 기본공제 등 효과가 상쇄되면서 세율(65%)에 육박하는 액수의 세금을 에누리 없이 납부해야 한다.

할증과세는 지난 1993년 시행된 후 2~3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의 체계가 잡혔다.

구체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50% 이상인 경우 상속재산가액의 30%, 지분율 50% 이하인 경우 20%가 할증된다. 중소기업에 해당한다면 지분율 50% 이상일 경우 15%, 이하인 경우 10% 할증이 되는데 2020년말까지는 할증평가 되지 않고 2021년 이후부터 할증평가가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평상시에는 같은 가치를 가진 주식인데, 유독 상속시에만 일반주주와 대주주를 구분해 대주주에 대해서만 할증평가를 적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최대주주 소유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원인으로 매매(M&A 등)시 일반주주 소유주식보다 높은 가액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현재 주식 상속에 할증과세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도 중요하지만 주식상속 할증과세제를 폐지하는 부분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의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안 발표 전날인 지난 10일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최대주주 할증과세제 관련 "현재 용역을 발주해 검토하고 있지만 (제도 개�은)쉽지 않은 문제같다"고 말했다. (사진 기획재정부)

실질과세 원칙 어긋난 '징벌적' 과세제도

단순히 기업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세부담이 과도하기에 이를 고쳐달라는 시각이지만, 제도를 좀 더 뜯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할증의 근거가 되는 '프리미엄'의 실체와 관련이 있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했을 때 프리미엄이 생긴다면 확실한 과세근거가 만들어지지만, 상속시에는 주식 가치가 오를지 내려갈지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컨대, 시가 100억원 지분을 양도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30억원이 붙는다면 양도가액은 130억원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가 100억원 지분을 상속했는데, 그 가치를 130억원으로 단정하기는 애매하다. 다시 말해,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과세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이런 변수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할증평가를 적용하는 것은 세법의 원칙은 물론 사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상속받은 재산유형간 과세불균형을 야기하는 것 또한 문제다.

상속재산이 부동산이라면 그 가치엔 할증이 단 1%도 붙지 않는다. 부동산에 대해 주식 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토지공개념 취지에서 보면 논리적인 모순이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지분은 경제활성화 등 대승적 차원에서 과세 측면에서 우대를 해주어도 모자른 재산임에도 불구, '부의 대물림'을 막는다는 측면만 강조된 이러한 징벌적 과세 수위는 '기업활성화' 기조를 내건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만큼 추가로 과세한다는 논리는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다"며 "상속세율 자체가 50%로 높기 때문에 여기에 (세율을)15%까지 할증해 과세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유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기업인들이 열심히 기업을 일굴 유인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증평가 "폐지해야"vs"폐지 쉽지 않아"

정부도 할증과세 할증률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고, 이를 통해 제도의 적용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할증률을 인하하거나 폐지는 검토하지 않는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병규 세제실장은 "할증평가는 대부분 국가들이 어느 정도 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폐지를 검토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국회의 세법 논의과정에서 상속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가업상속공제를 비롯해 과세표준 구간 축소, 세율인하 등을 담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 이 중 이종구·추경호 의원안엔 주식할증과세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높아진 세부담으로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다'는 것이 개정 이유다.

김용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식을 상속할 때 일률적으로 가산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는 외국에는 없는 제도"라며 "이 제도는 구체적 타당성이 결여되고, 기업 승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법적논리가 떨어지는 규정이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yubyoup@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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