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대안 제시' 요구한 만큼 한국 중재 공간은 있어"
이종석 "韓, 北·美가 비핵화와 제재해제 바꾸도록 중재해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북미협상의 교착상태 해소를 위해서는 양국이 '제재해제'와 '비핵화'를 주고받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날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주최로 서울시청 별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시각과 제언' 국제학술회의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한국 정부가 할 일은 미국과 북한이 체제안전보장과 핵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제재해제와 핵을 바꾸게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이 협상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노이 이후로 미국이 더 누르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이제 제재해제 필요 없다'고 시정연설에서 말하고 체제안전보장으로 (협상 조건을) 돌렸다"며 "북한이 체제안전보장을 이야기하면 협상이 무지하게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순히 당장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 못지않게 경제성장 하는 북한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 핵을 포기하려고 하고 있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군사시설을 관광지나 논밭으로 바꾸거나 군 병력을 경제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하는 등 군사주의에서 경제주의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절실하게 경제에 올인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김정은이 제재 압박을 피하려고 한다고만 보면 지금 벌어지는 북한의 변화를 읽기 어렵다"면서 "지금처럼 미국이 '선(先) 핵포기'로 찍어누르면 북한은 비핵화를 공언했던 김정은 리더십에는 상처를 받겠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일단 '선(先)핵포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대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미국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라고 했다"며 "거기에 (한국이 중재할)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야를 설득하려고 해도 북한이 내민 영변 핵시설 해체만으로는 부족하며, 북한은 경제제재 해제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한국이 '창의적인 중재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것을 '준 빅딜'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접근이란 우리가 주인답게 남북관계 해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우리의 중재 역량도 생기고 비핵화를 위한 창조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