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국세청이 OB맥주 매각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차익을 얻은 외국계 사모펀드(PEF)와 장기간에 걸쳐 벌인 과세분쟁에서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국세청이 "수익의 실질 귀속자는 PEF가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도관회사"라고 주장했지만, 조세심판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조사'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당초 국세청의 과세처분을 인정하지 않은 사실상 인용(납세자 승소)이나 다름없는 결정으로 국세청은 재조사로 인한 행정력 낭비는 물론 추징했던 세금(또는 일부)과 함께 수 백억원에 달하는 이자(환급가산금)까지 돌려줄 형편에 놓였다.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결국 엉터리 과세논리를 기반으로 무리하게 과세한 전형적인 '부실과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1일 세무대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세심판원은 외국계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하 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제기한 2000억원 규모의 조세심판청구에 대해 '재조사' 결정을 내리고 결정문을 이해관계자 등에게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4년 KKR과 어피너티는 58억 달러(약 6조1000억원)에 OB맥주를 AB인베브에 매각했다. 이들 PEF는 이를 통해 40억달러(약 4조2500억원)에 달하는 매각차익을 얻었다.

세금 문제를 둘러싸고 국세청과 다툼이 벌어졌다. 법인세를 국내에서 거둔 수익을 PEF(KKR, 어피너티)에 과세해야 하는지, 이들에 투자한 투자자(LP)에 물려야 하는지가 다툼거리였다.

KKR과 어피너티측은 '사모펀드와 같은 국외투자기구가 국내투자소득의 수익적 소유자 명단(LP)을 공개할 경우, LP의 소속국가와 한국정부가 체결한 조세조약을 적용해 과세를 하겠다'는 기재부의 법률 제정(2014년 1월 시행)을 근거로 LP 명단이 담긴 조세조약 제한세율 신청서를 제출하며 4000억원의 세금을 자진 납부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PEF가 조세회피처인 케이만제도에 설립한 '도관회사(OB맥주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법인)'가 소득의 실질 귀속자로 판단하는 한편 대법원 판례와 '지급액의 10%' 또는 '양도소득 20%' 중 적은 금액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인세법 규정을 적용해 2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일각에서는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이 '책임회피성' 결정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세무대리업계 관계자는 "심판원이 재조사 결정을 내리면서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도관회사는 과세대상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판단도 함께 내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심판원의 해석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세청은 사실상 원처분을 유지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PEF에 세금을 물리더라도 일부 소속 국가와의 조세조약 등에 따라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어, 약 1000억원 이상의 과세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이 재조사를 통해 OB맥주를 매각한 주체가 LP라고 판단한다면, 추징했던 세금 전액과 수 백억원의 환급가산금을 얹어 환급해야한다.

현재로서는 국세청이 재조사를 통해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알수 없지만 심판원 심리 과정에서 지난 2014년 1월 시행된 법 규정을 적용해 과세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우세하게 형성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재조사가 아닌 인용 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매각과정에 참여한 벨기에 투자법인에 대한 사건도 심판원에 계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투자가 아닌 매각금액에 따라 일정 수준의 보장 수익률을 약속받은 '옵션 조항'을 넣은 사례로 전해져 있다.

마찬가지로 소득의 실질 귀속자 여부가 쟁점이기 때문에, 선결정례(OB맥주 사건)가 최종 납세자 승소로 결정될 경우 이 사건 또한 인용 결정이 불가피해지고 1000억원이 넘는 환급세액이 발생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yubyoup@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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