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증권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탑 20 중 19개 사의 당기순이익 순위가 모두 바뀌는 등 증권사 판도도 크게 흔들렸다.

17일 금융투자협회와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0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46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조4097억원 대비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분기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를 넘어선 역대 최대 기록이다.

시장의 예상을 깨는 호실적이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실적에 대해 어닝쇼크 수준이었던 지난해 4분기 순익 보다 개선되겠지만 증시호황을 보였던 지난해 1분기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거래대금이 줄며 수탁수수료 수익이 전년 1조4140억원에서 8740억원으로 38.2% 급감했음에도 파생상품 관련 이익의 대폭 증가에 힘입었다.

조사대상 증권사들의 올 1분기 파생상품 관련 이익은 16조11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9조3710억원 대비 71.9% 급증하며 수탁수수료 수익 부진을 만회했다.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SK증권, KTB투자증권 등 23개사는 순익이 전년 보다 증가했고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27개 사는 감소했다. 조사대상의 90%(45개) 증권사는 흑자를 달성했고 상상인증권, 한국포스증권, 도이치증권 등 5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새 20위권 안에 포진한 증권사들의 순이익 순위도 급변했다. DB금융투자를 제외한 19개사의 순위가 바뀌었다.

선두권에선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이 분기기준 사상 최대순익을 기록하며 1~4위에 올랐다. 지난해 1분기엔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 순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2000억원대 순익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 증권사는 1분기 2360억3000만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 동기 1643억7000만원 대비 43.6%나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운용부문이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순익 최대 이변의 주인공은 키움증권이었다. 자기자본 규모 업계 9위에 불과한 이 증권사는 지난해 819억9000만원 대비 62.8% 급증한 1335억2000만원의 순익을 올리며 여타 대형IB 증권사들을 제치고 업계 탑3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도 전년대비 각각 15.1%, 44.6% 증가한 1468억5000만원, 1191억6000만원의 역대 최대 순익을 기록하며 2위, 4위에 올랐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은 전년보다 순익이 감소하며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1분기 이 부문 1위였던 미래에셋대우는 올 1분기엔 전년보다 60.7%나 급감한 674억9000만원의 순익을 올리는데 그치며 8위로 수직낙하 했다. 희망퇴직, 임금피크제 도입, 장기근속자 포상 충당금 등 구조조정 비용 810억원이 올 1분기에 일회성 반영된 영향이 컸다.

이 증권사의 연결기준 순익은 1682억원으로 별도 기준 간 순익 격차가 유독 컸다. 미래에셋생명 지분 매입에 따른 염가매수차익 660억원 등이 별도기준에선 계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1분기 구조조정 비용 이 일회성 반영된 부분이 컸다”며 “연결기준에선 계상된 미래에셋생명 염가매수차익과 해외 자회사 순익이 별도기준에선 반영되지 않아 두 기준 간 순익이 큰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위, 6위였던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올 1분기 순익이 전년 대비 18.9%, 25.1% 감소한 1099억3000만원, 643억6000만원에 그치며 5위, 9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대신증권도 전년보다 12.8% 줄어든 519억6000만원의 순익을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KB증권은 전년비 3.5% 증가한 912억원의 순익으로 전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전년대비 61.7%나 급증한 747억원을 벌어들여 10위에서 7위로 순위가 올랐다.

10위권 밖에선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보다 16.8% 증가한 298억2000만원의 순익으로 11위에 올랐다. 12위 교보증권과 13위 IBK투자증권도 각각 53.0%, 42.9% 급증한 295억1000만원, 225억1000만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순위가 6계단, 8계단씩 뛰어 올랐다.

지난해 3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SK증권과 KTB투자증권은 순익이 각각 373.3%, 208.9% 급증하며 20위권 안에 진입했다. 이 두 증권사는 전체 증권사 중 증가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로 꼽혔다.

20위권 내 대형·중형 증권사들과 20위권 밖 소형 증권사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20위권 내 증권사들의 순익은 전년비 8.4% 늘었지만 순위권 밖의 소형사들의 순익은 33.5%나 급감해 두 집단 간 실적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일보 / 태기원 기자 tae@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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