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일본도 견제…한국은 '비메모리' 도전으로 대응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
중국, 반도체에 170조원 투자하며 "한국 잡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조한 말이다. 바로 ‘반도체 심장론’이다.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중국에는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없다. 중국은 지난해 299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이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 등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반도체산업에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기술 격차 좁히려는 중국

중국, 반도체에 170조원 투자하며 "한국 잡자"

중국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에는 ‘시차’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제대로 된 시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양국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시 주석이 방문한 YMTC는 올해 안에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했다. 푸젠진화반도체와 이노트론은 D램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와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시장이다.

중국이 ‘반도체 자주권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점점 더 많은 반도체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무역적자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이와 함께 미사일 등 각종 무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국산화해야 진정한 자주권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중 ‘반도체 굴기’ 견제 나선 미국

중국, 반도체에 170조원 투자하며 "한국 잡자"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펀드를 통해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시도할 때마다 미국이 막아서고 있다. 2015년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세계 3위 D램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에서 불허해 실패했다.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샌디스크 인수도 추진했지만 미국 당국이 이를 정밀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산됐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던 싱가포르 업체 브로드컴이 미 퀄컴을 인수하려 했을 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막아섰다.

중국은 추격하고 일본은 견제하고

반도체 패권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메모리 최강국’이기는 하지만 ‘종합 반도체강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덕분에 지난해 한국의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했다. 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점유율이 3~4%에 그쳤다.

비메모리 반도체 강자는 미국 기업들이다. 컴퓨터와 서버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드는 인텔, 통신칩을 주력으로 하는 퀄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대만은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로 반도체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이 설계한 반도체를 실제 제품으로 양산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가 대만 업체인 TSMC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던 일본은 시장 주도권을 한국에 뺏겼다. 하지만 소재·부품과 제조장비 시장에선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견제에 끼어 있다는 평가다. 일본 자민당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따라 신일본제철의 자산 매각에 착수하자 곧바로 불화수소 수출 금지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에 필수로 사용되는 소재다. 외교 문제가 언제든 한국의 반도체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NIE 포인트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에 총 1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배경에 대해 생각해보자. 반도체가 스마트폰, 컴퓨터 외에 어디에 많이 쓰이는지 찾아보자.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지 토론해보자.

고재연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yeo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