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중 8곳이 지난 1년간 매도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를 한 건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기준 10대 증권사 중 8곳은 지난 3월말 기준 1년간 매도의견을 한번이라도 낸 증권사는 단 2곳에 불과했다. 매도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는 대신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매도의견 비율도 각각 1.1%, 0.6%에 불과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매도의견 뿐 아니라 보유를 뜻하는 중립의견에도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의 리포트는 매수의견만 90%를 넘게 제시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의 매수의견 비율도 모두 70~90%에 달했다. 주가는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정작 리포트는 매수의견만 일색인 것.

증권사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 47개 증권사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29개 증권사가 지난 1년간 매도의견을 한 것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매도의견을 제시한 증권사의 대부분은 외국계였다.

씨지에스 씨아이엠비증권, 씨엘에스에이 코리아증권의 매도의견 비율은 30%가 넘어 상대적으로 매수매도 의견간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다수도 매도의견 비율이 10%를 넘겼다. 반면, 한국계 증권사 중 매도의견을 제시한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신영증권, KTB투자증권의 매도의견 비율은 고작 0.6%~1.1% 수준으로 외국계 증권사와는 큰 격차를 보였다.


□ 매도를 매도라 부르지 못하는 증권사 리포트

“매도의견이요? 현실적으로 자기검열할 수 밖에 없어요. 애널리스트는 분석 대상 기업의 공시된 정보 뿐 아니라 내부 정보를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한데 매도의견을 냈다가는 해당 기업 출입이 배제 당해요. 투자자들에게도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요. 증권사 입장에서도 기업들 대부분이 고객사여서 매도의견을 내는데 기업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에요”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 작성 시 기업의 눈치 보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증권사들이 고객사인 기업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해당 기업에게 찍혀 출입정지를 당하거나 향후 원활한 정보수집이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매도의견 제시는 엄두를 못내고 중립(보유)의견으로 변경하거나 매수의견은 그대로 두고 목표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취한다. 리포트 내에서 톤다운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향후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변동성이 커진다'는 식으로 애둘러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리포트 내 직접적으로 해당 주식이 떨어진다거나 팔라는 표현은 금기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업계 관행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왜곡해 전달 한다는 데 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 리포트를 믿고 투자했다가 금전적 손해를 온전히 감수해야할 여지도 크다.

□ 금감원 개선책 마련 나섰지만…효과는 미미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 2017년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 공시제도, 내부검수기능 강화, 보수산정기준 명확화 등을 골자로 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시행토록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시행전과 후 그 효과는 미미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발표한 '증권사 리서치보고서 제도 운영현황 분석'을 통해 “제도 개선 1년간 매도의견(2%) 대비 매수의견(76%) 비중이 높은 관행도 제도개선 이전 수준과 대체로 유사하며 내국계 증권사의 매도의견 비중(0.1%)이 외국계(13%)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상도 제도개선 이전 수준과 큰 변화가 없다”고 밝힌바 있다.

금감원은 또 일부 상장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고서의 수정, 삭제 등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일부 애널리스트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갈등조정위원회'와 온라인을 통한 '불합리한 리서치관행 신고센터'를 설치하기로 하고 운영중에 있지만 이 기구를 통한 갈등조정사례도 거의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업계에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독립성이 필수적이라 보고 기업-증권사간 이해관계를 벗어난 독립적인 리서치회사 설립을 대안으로 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미미한 상태다.

박종길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 부국장은 “증권사와 상장회사와의 이해상충문제 등으로 구조적, 법률적으로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며 “해외 증권사들도 이해상충이 있는 자국 기업들에 대해선 매도의견보다는 매수의견이 앞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립리서치회사 출현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자정보가 무료라는 인식이 강해 리서치보고서에 대한 대가나 가격을 잘 쳐주지 않는 등 이런 회사가 나오기 위한 문화가 정착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증권사들과 지속적 소통을 통해 추가적 제도개선을 해 나갈 것이며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세일보 / 태기원 기자 tae@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