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진행 : 김동환 경제칼럼니스트

출연 :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Q.> 가치투자가로서 30년을 시장에서 활동해오셨는데, 대표님께서 정의하는 가치 투자란 무엇입니까?

= 가치투자는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취하는 전략이고 쉽게 말하자면 헐값에 사서 제값 받고 팔자이다. 가령 주식은 2만원의 내재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1만원에 거래될 때가 있다. 시장은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다. 회사가 나빠서 1만원에 거래된다면 사면 안 되겠지만, 펀더멘털 외적인 요인으로 저평가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일시적인 기업실적의 악화, 수급문제, 정보의 불균형, 시장의 무관심, 편견 등으로 저평가될 때 사서 괴리를 취하는 제값이 오면 매도를 하는 전략이다.

Q.> 금리와 성장주, 또 가치주의 함수관계에 대해서 설명해주십시오.

= 성장주를 밸류에이션 하는 툴로 DCF(Discounted cash flow) 기법을 사용한다. 이 기법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가로 할인하는 기법인데, 할인율을 쓸 때 이자율을 쓴다. 과거에 보면 미 국채 10년물도 1.4까지 갔었고 우리나라의 국고채 3년도 1.2%까지 갔었다. 쉽게 말하자면, 금리가 1%라고 하면 일드의 역수가 PER이라고 한다. 1%의 일드는 PER이 100배다. 성장주 같은 경우 PER이 50배, 100배가 되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런 기업들은 사실 성장도 하고 배당도 주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경우 정당화된다. 금리가 오르면 미 국채 10년물이 3.3까지 갔었는데 PER이 33배가 된다. 주식은 채권보다 위험하기 때문에 PER이 낮아야 한다. 주식의 적정 PER은 15배 정도가 되는데, PER 50배, 100배는 더 비싸 보인다. 성장주가 금리가 올라가면 매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이 떨어지기 때문에 금리에 민감하다. 미국의 성장주는 정확히 미국의 국고채 10년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

Q.> 우리나라의 가장 성장주군이라고 일컫는 것이 제약/바이오 산업 아니겠습니까? 바이오주가 오르는 국면을 회고해보면 절대적으로 금리가 낮아야한다는 거네요. 그렇다면 반대의 상황, 즉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 유리하겠군요.

= 그렇다. 왜냐하면 가치주는 멀티플이 낮은 주식이다. 금리가 오르면 가치주는 성장주에 비해 매력적으로 보인다.

Q.> 미국채 기준으로 1%대, 우리나라 3년물 금리도 1% 초반으로 갔던 것이 상당히 많이 오르다가 최근 들어 곤두박질하고 있는데요. 금리가 1%에 머물러 있을 때엔 당연히 성장주의 시대였겠군요? 금리가 오를 땐 가치주의 시대고요?

= 미국의 성장주는 리먼 사태 이후에 10년 동안 미국의 인덱스보다 100% 더 나은 결과를 냈고 미국의 가치주는 그 기간 동안 80% 기량 발휘를 못했다. 지금은 가치와 성장이 혼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건 미국 경제가 좋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호재다. 하지만 시장은 거꾸로 받아들인다. 금리를 내리면 좋은 줄 알지만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Q.> 연준의 스탠스가 1월 초부터 바뀌어서 2019년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고 양적축소도 중단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 성장주가 득세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저금리, 저성장이다. 금리문제도 있지만, 저성장이라는 것이다. 성장이 둔화되면 두 가지 현상이 생긴다. 첫 번째는 성장하는 기업이 드물기 때문에 성장주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등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 많지 않다. 사실은 미국의 시장을 주도한 것은 플랫폼 기업들이었다. 그런 기업들이 초기에 끝없이 올라가는데, 국내 시장만 봐도 휠라코리아나 신세계가 올라가는 것이 같은 맥락이다. 이런 기업이나 산업이 영원히 오를 수는 없고 올라가다 보면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그런 대목이 하반기에 올 거라고 생각하고 그 때 두 번째 현상이 일어난다. 정리하자면, 첫 번째 단계는 성장이 저조할 때 성장에 대한 목마름으로 성장주가 올라가는 것이고 사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두 번째 단계이다. 과거 성장의 결실을 일시에 취해야 하는 움직임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성장세는 둔화되었지만 과거 10년간 벌어들인 수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주식의 가치는 성장, 안정성, 수익성이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자산주다.

Q.> 조양호 회장의 작고로 한진칼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저평가의 이슈 등 촉매제만 있다면 발현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있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일어난다고 보시겠군요.

= 뭔가 가치가 있으니까 주가가 오르는 거지, 내재가치가 없었다면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Q.> 대내외 환경에 따라서 금융시장이 출렁이기도 하고 안정적으로 올라갈 것 같기도 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 지금은 위기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균형을 이루고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부정적인 단기 이슈는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과 긍정적인 요인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에 임박했다는 것이다. 환경 자체는 중립적이다. 코스피 지수도 2200포인트 회복을 했고, 올라갈 일만 남았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반기쯤 되면 저평가된 종목 차별화 장세가 연출될 거라 생각한다.

Q.> 대표님이 엔터주식을 사셨더라고요. 이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중국이 이렇게 성장하는데 10년, 20년 뒤에 우리 산업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중국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카테고리는 세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재가 없는 것인데, 바로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다. 두 번째는 브랜드다. 국내에 글로벌 브랜드가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하이테크이다. IT는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고 바이오도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엔터 자체의 경쟁력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너무 인기가 좋고 주가가 오를 때 사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특히 JYP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Q.>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나 행동주의 사모펀드 등이 올해 이슈가 되고 있는데,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서 특별히 이런 이슈가 확대되는 것이 어떻습니까?

=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시대적 흐름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내재가치가 높은데 지배구조가 미흡해서 저렴하다면 무조건 사야한다고 생각한다. 스튜어드십코드 때문에 해결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가치투자자가 보는 현재의 금리, 어떻게 보시고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 낮은 것 같다. 정말 경기가 좋아져서 자연스럽게 금리가 오르면 좋겠으나, 스태그플레이션이나 하이퍼인플레이션 비슷하게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금리가 오르면 정말 최악의 경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걱정이 조금 드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과거 10년간 전 세계 모든 자산이 올랐다는 것이다.

Q.> 사실 몇 년 동안 우리 경제가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가격의 쏠림이었고, 최근에 우리 경제가 어렵고 걱정스러운 것도 반도체 가격의 역쏠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그 배경에는 미국의 FAANG 기업이라고 통칭되는 성장산업이 뒷받침하고 있는, FAANG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의 반도체 및 FAANG 기업의 움직임과 주가의 흐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과거 10년간 전 세계 성장주가 크게 올랐다.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올랐다. 그런데 국내에는 플랫폼 기업이 거의 없으니 대체재로 떠오른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삼성전자, SK하이닉스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보면, 반도체 산업 자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민감 업종이라는 것이다. 업황이 안 좋을 때 사고 나쁠 때 팔아야 한다.

Q.> 우리 투자자 여러분들이 가치투자를 하겠다는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어떻게 주식을 고르고 어떻게 주식을 매도해서 정리하는지 그 과정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선별적으로 산발적으로 뉴스를 보고 생각하고 삶에서 종목을 발견하는 방법이 있고, 매 분기마다 PER, PBR, 고배당 상위 등 100종목씩 뽑아서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지수자체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Q.> 작년 4, 5월경에 가치주 펀드가 꽤 많이 올랐습니다. 남북경협주 중심으로 많이 올랐는데요, 만약 손실이 난다면 정리하시는 편입니까?

= 시황이 안 좋다고 주식을 팔거나 하진 않지만, 기업의 가치가 나빠지면 매도한다. 내재가치보다 위에 있다면 아무리 손실이 났다 해도 팔아야 하고, 내재가치보다 밑이라면 아무리 벌어도 팔면 안 된다.

Q.> 가치투자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시죠.

= PBR이 중요하다. PER은 이익이 순간적으로 두 세배 늘거나 반토막 날 수 있지만, PBR은 잘 안 움직인다.

Q.> 마지막으로 개인 투자자 여러분들에게 조언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해주시죠.

= 수많은 투자전략들이 있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찾았으면 좋겠다. 비싸고 화려한 옷이 중요한 게 아니라 치수가 맞아야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주식은 어려운 것 같다. 욕망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극복해야 한다. 주식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양경식PD ks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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