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6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운영 협력강화 협정 체결식에 참석한 부자의 모습. (오른쪽 세번째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사진=대한항공 제공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이 지난 8일 미국에서 숙환으로 갑자기 별세함에 따라 경영권 승계와 상속세 문제가 최대 현안이 됐다.

그룹의 모회사인 한진칼의 지분구조는 조 회장의 일가가 28.9%, 행동주의 사모펀드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12.7%, 국민연금이 6.6%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의 지분중 조 회장이 17.8%, 장남 조원태 사장 2.34%를 비롯하여 조현아, 현민 두 딸이 각각 2.31%. 2.30%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상속자들의 지분이 낮아 조 회장 소유재산의 상속과정이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요 상속재산은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지분 17.8%와 대한항공 등 보유주식, 소유 부동산, 퇴직금 등이 될 것으로 보여 진다.

이 중 상장주식인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식은 상속사유 발생일인 4월 8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상속가액이 결정된다. 앞으로 2개월간의 주가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는 없지만 대략 추정해 보면 조 회장의 상속주식의 가액은 36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조 회장 명의의 부동산이 포함된다. 또한, 조 회장은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로 등재하여 고액의 연봉을 수령한 점과 근속연수를 감안하면 퇴직금 또한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율 50%와 최대주주 경영권주식 할증평가를 감안해 보면 대략 2000억 원대를 상회하는 상속세가 추정된다. 상속세는 상속사유발생일 6개월 이내에 신고·납부하여야 하며 5년간 분납이 가능하다. 상속인은 상속세를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경영권 승계와 상속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커 거액의 상속세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우호지분을 포함하여 13.47%의 지분을 확보한 사모펀드 KCGI의 견제가 거센 상황이어서 상속인들이 주식매각 자금으로 상속세를 일시에 납부할 경우 상속인들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할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과세당국의 감시가 치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상속인들에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의 갑질문제에 대한 사회적 물의와 조 회장의 선대 회장의 해외 부동산 상속신고 누락문제 등으로 보아 이번 상속문제와 관련한 과세당국의 정밀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과세당국은 조 회장의 해외재산에 대하여 정밀 추적할 것으로 보이며 상속인들의 과거 재산형성과정에서 조 회장의 증여부분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것이 예상된다. 게다가 상속인들은 상속세 납부자금에 대한 자금출처도 소명해야 하므로 상속인들에게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의 경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확보와 상속세 납부재원을 마련한 것에 비하면 이번 한진그룹의 경우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세무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 같은 여건에서 한진그룹 상속자들이 선택할 여지는 좁아 보인다. 그룹 지배구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는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상속받고 한진, 대한항공, 정석기업 등의 지분일부를 매각해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들 지분매각으로 750억원 가량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속인들이 상속세 5년 분할납부제도를 활용하고 상속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계열사 보유지분의 매각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그렇게 한고비를 넘기더라도 여전히 경영권 방어 문제는 남아있다. 재계에서는 장남인 조원태 사장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가 속도감있게 진행되야 경영안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KCGI로 대표되는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이 만만치 않아 조 사장 중심으로 힘이 결집되어야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 조 회장이 부친인 조중훈 회장 타계 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듯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도 한진칼의 지분을 조 사장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지분정리가 이뤄져야 한진그룹의 경영권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주식시장에서는 관계사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것은 향후 유족들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경영권지분 약화와 배당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속인들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대출이자 부담을 배당금으로 충족하여야 할 상황이어서 향후 한진그룹의 배향성향은 높아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행동주의 펀드의 이해와 맞아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현금흐름이 따르지 않으면 기업의 장기적인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는 측면에서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조 회장과 고락을 같이한 가신그룹으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어깨가 무거워 졌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의 경영실적이 앞으로의 한진그룹의 생사의 문제로 떠 오를 수 있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는 한진그룹 설립 50년 이래 최대의 경영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재벌기업의 특성상 강력한 오너의 부재는 회사의 미래가치나 존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지배구조분석 전문가들은 “향후 한진그룹은 조원태 사장과 전문경영인이 긴밀히 협의하는 집단경영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며 “상속과 경영권 승계에서 이들의 팀웍에 따라 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땅콩 회항사건과 물컵투척 사건 등 갑질문제로 불거진 한진가의 개인적 성향으로 볼 때 유족들 간의 화목과 전문경영인과의 팀웍으로 그룹의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 간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1만 8천여 직원과 많은 투자자와 협력업체의 이해와 재계순위 14위의 한진그룹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보면 유족들 간의 화목과 전문경영인과의 팀웍, 임직원들의 위기극복을 위한 지혜로운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조세일보 / 김상우 전문위원 swkim@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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